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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병원 실습을 처음 나가기 위해 스크럽을 사러 가게에 갔던 그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저희 간호 학교와 연계되어서 저희 학교 간호 학생들에게는 15% 할인을 해주는 가게였는데, 워낙 큰 규모의 가게여서 널싱뿐만이 아니라 다른 의료계 과들,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이 쇼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부러웠던 친구는 엄마와 같이 쇼핑을 온 친구였는데, 그 친구도 간호학이었는지 저와 비슷한 구역에서 자기 학교와 맞는 색깔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유학생이라 혼자 모든걸 준비했던 저는, 그 친구가 기분좋게 설레하는 모습과 옆에서 자랑스럽게 딸을 바라보던 어머니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탈의실에 들어가서 처음 실습복을 입어보며,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보낼 겸 기념할겸 탈의실 안의 전신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스크럽이 마냥 부담스럽지만은 않을 그 때가 올까? 나는 어떤 간호 커리어를 쌓아가게 될까?'
제일 처음으로 학교에서 실습을 나간 곳은 요양원이었습니다. 첫 날 부푼 마음으로 실습장소에 나간 날은 환자분들의 케어는 커녕 환자분들을 뵙지도 못했습니다. 환자분들이 여러가지 활동을 하느라 방을 비우시는 동안 침대정리와 이불 개키는 법, 침대 각 잡는 법, 베개 커버 바꾸는 법들을 배웠지요ㅎㅎ 그렇게 몇주가 지나고 드디어 환자분들의 Vital sign 과 간단한 맥박을 재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전 환자분들의 손목에서 맥박을 전혀 느낄수가 없었습니다. 환자분들께서는 다행히 귀찮아하시기는 커녕 저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천천히 하라고 저를 다독여주셨습니다. 옆에서 주시하고 계셨던 교수님께서 절 따로 부르셔서 당신 맥박을 재보라고 손목을 내주셨는데, 그것조차도 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제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집중을 못했습니다. 그 때 교수님은 굉장히 무섭게 저를 쳐다보시며 혼을 내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잘 못한건데 저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났을까요? 그 날 이후로 저는 만나는 모든 사람마다 양해를 구하며 손목맥박을 잡아보았습니다. 그 때 사람마다 맥박의 세기와 위치는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번째로 실습을 나간 곳은 병상 200개가 조금 넘는 커뮤니티 병원이었습니다. 요양원에서 뵈었던 나이가 있으신 할아버지 할머니 환자분들말고도 제 나이 또래의 환자들도 많았고, 4-60대의 젊으신 환자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첫 날은 각자 맡은 환자분의 head to toe assessment 및 history & physical 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요양원때와는 다른 분이셨던 그 병원 담당 실습 교수님이 그 전 날 미리 병동에 가셔서 어떤 케이스들이 있는지, 학생 간호사가 와서 실습을 해도 괜찮은지 미리 알아보셨고, 큰 수술보다는 퇴원을 곧 하시는 간단한 증상이나 수술을 한 분들이었습니다. 처음 제가 들어간 방의 환자분은 침대에 계셨는데, 저는 침대를 새로 바꿔드릴테니 의자에 앉으실 수 있겠냐 여쭤봤습니다. 환자분께서는 흔쾌히 의자로 자리를 옮기셨고, 전 요양원에서 배웠던 침대정리 및 식사 어시스트 등을 장작 두 시간동안 합니다. 시간 관리의 ㅅ자도 몰랐던 그 때의 저는 우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드리고, 그제야 환자분 옆에 앉아서 head to toe assessment 와 history & physical 을 하려고 하는데 담당 실습 교수님께서 방에 들어오셨습니다.
"5분 뒤에 nursing station 에서 만나자~ 그 다음에 카페테리아 가서 조사한 것들 브리핑을 할거야."
너무나 당황한 저는 교수님께 아직 질문을 하나도 못했다고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저에게 두시간동안 뭘 한것이냐며, 절 정말 어이없게 바라보셨습니다. 교수님의 그 표정을 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동안 침대 및 방 정리를 해드렸다고 말씀드리자 교수님은 아무말 없이 절 방 밖으로 데리고 나오셨습니다. 그리고나서는 간호조무사 경험이 있던 같은 과 친구에게 다음실습부터는 같이 조를 짜서 실습을 하라고 정해주셨습니다.
그 다음 주에 곁에서 본 그 친구의 스킬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저에겐 신과 같았습니다. 손발은 어찌나 빠르고, 침대를 정리하면서 간단한 질문들은 환자분께 동시에 물어보고, 환자분을 침대에서 의자로 옮기면서 빠르게 등이나 엉덩이 쪽 피부 체크를 하고, 환자분께서 다른 이야기를 꺼내시면 친절하게 대답하면서도, 너무 다른 쪽으로 새나가지 않게 원래 얘기하던 중요한 토픽으로 돌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관계를 알아볼 때는 저는 직설적으로
"가족관계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라고 했다면, 이 친구는 누군가가 놓고 간 선물을 보고,
"이건 누가 가져다주신거예요?"
라며 환자분이 먼저 자신에 대해 자연스럽게 오픈하도록 유도를 했습니다. 환자의 병력을 물어볼 때도 저는 직접적으로,
"과거 병력이 어떻게 되시나요?"
라고 물었다면, 이 친구는,
"이번이 처음 입원하신거예요?"
라고 물어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했던 스킬과 질문들이 저에겐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 이게 바로 진정한 멀티태스킹 이라는 것이구나. 이게 바로 진정한 communication 이구나. 내가 하려고 했던건 말 그대로 인터뷰였구나.'
지금처럼 영어가 마냥 편했던 것은 아닌 시절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언어뿐만이 아니라 문화의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몇 번 봤던 친구들처럼 서스럼없이 대화를 시작하고 오픈을 하는데,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저는 난생 처음 보는, 그것도 저보다 어른인 환자분들을 마냥 편하게 대할 순 없었죠. 병원 실습을 할 때면 착잡한 마음을 가지고 더 잘해야겠다 다짐을 하며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어색하게 느껴도, 상대방은 느끼지 못하게 최대한 밝고 편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뜩이나 외모가 "전형적인 미국인"이 아니라서 절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아니면 일방적으로 편견이 쌓였을 미국인들에게 역시 담당 간호사가 미국인이 아니라 불편하다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렇게 서툴었던 첫 학기를 마치고, 다음 학기는 다른 그룹의 친구들과 다른 병원에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처음 학기보다는 많이 발전된 모습으로 환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말도 걸 수 있게 되었고, 시간 관리도 처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습니다. 담당 환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며 실습을 마쳤던 어느 날, 미국인 친구가 저에게 따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 물었습니다. 실습을 마친 병원 주차장에 있는 그 친구의 차에서 그 친구는 저에게, 너는 모국어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렇게 환자들을 잘 대할 수 있느냐, 나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이 실습을 잘 못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을 꺼내며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했습니다. 열변을 토해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 친구의 얼굴을 보며, 저는 아직도 많이 나아가야하는 저의 모습을 누군가는 좋게 보고 있었구나, 아직 나도 많이 부족한데 이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등의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저의 답은 교수님께 너의 지금 심정을 이야기해봐라, 나는 다른 교수님이셨지만 내 상황을 보고 누군가와 같이 붙여줘서 내가 많이 배우게 되었다, 라고 토닥여주었습니다.
한없이 불 같았던 첫번째 실습현장의 교수님과 마냥 다정하셨던 두번째 교수님 모두 저에게는 너무나 감사한 스승님들입니다. 매년 학기중에 저희 병원으로 실습을 들어오는 간호학생들을 보며 그 때 어떤 마음으로 첫 스크럽을 구매했는지, 나의 간호 커리어가 그 때 상상했던 나의 모습과 많이 비슷한지, 저의 간호학교 시절을 되새기곤 합니다.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연고 이름도, 진통제 이름도 모르고 심지어 제대로 대화하는 법도 모르면서 맨 땅에 헤딩하며 시작했던 저도 이제는 프리셉터를 수도 없이 한 10년차 간호사가 되어갑니다.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그 처음은 모두 다른 형태로 존재를 합니다. 그 처음을 망쳤을 땐, 마냥 자책하다기보다 다시 시작해보자고 다짐하는 나를 더 보듬어주면서, 나 자신에게 온전한 서포트를 베푸는게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분들의 처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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