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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영어이름에 대해서 써보기로 할게요. 저는 유투브를 즐겨보는 편인데 영어 잘하시는 한국 유투버 분들을 몇 명 보면, 거기에서 공통적으로 인기있는 콘텐츠들은 신청자들의 이미지와 맞는 영어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더라구요. 능력자분들이 정말 신청자의 (사진으로만 보이지만) 이미지에 찰떡인 이름들을 추천해주셔서 저도 그런 영상들을 참 재밌게 봤습니다. 제가 예전에 생각했던 미국은 남을 섣불리 판단한다거나 편견이 없을 것 같은 나라였는데, 살아보니 오히려 미국 사람들이 더 한 부분도 있더라구요. 요즘 들어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국의 짤 등에서 제일 유명한 이름은 "Karen (카렌)" 이죠. 미국에서 "카렌"의 이미지는 20-50대 백인 여성에 자기 말만 옳다고 우기는, 자기 잘난맛에 사는 여성이예요. 특히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을 뿐더러 마스크를 쓰는 다른 사람들을 욕하고 싸움을 건다거나, 자기같은 백인들이 사는 동네에 왜 흑인이 있냐며, 당신은 내 이웃이 아니다 라고 정말 어불성설의 태도를 가진 사람의 이미지이죠. (적어도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은 절대! Karen 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길 바라며...ㅎㅎ) 우리가 더 이상 철수나 영희 같은 이름을 쓰지 않는 것처럼, 미국도 이름들이 유행을 타고 보편적인 이름들은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의 공통적인 이미지들이 있더라구요.
저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제 한국 이름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이름이 아님에도 미국친구들에게는 발음이 어려웠는지 제대로 절 부르는 친구들이 없어서 한국에서의 별명이었던 제 이름 중 하나를 외자처럼 불러달라 했어요. 예를 들어 "지민" 이면 "민~" 이렇게요. 그렇게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저런 식으로 제 이름을 부르며 아무 문제 없이 지냈답니다. 대학교를 와서도 똑같이 제 이름을 소개하면서 발음이 힘드니 외자로 불러달라고 알려주었어요. 대학교 친구들도, 교수님들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문제는 병원 실습을 나가서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이전의 "미국 병원 이력서 쓰는 법"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문화가 섞인 이 곳에서는 (특히 서로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을 때) 단순하게 "이름"이 주는 영향이 꽤나 큽니다. 우선 "아메리칸 이름" (직역으로 따지면 "미국 이름"이지만, 사실은 전형적인 백인들 이름들.) 이 아니면 다른 인종이겠거니, 다른 문화 사람이겠거니, 라는 선입견이 생기는 거죠. 저는 병원 실습을 나가고 당장 2주 만에 미국 이름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아시안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은 동네였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딜 가든 제가 유일한 아시안일 때가 꽤나 있었어요. 그 동안은 딱히 불편한 점을 못 느꼈는데, 병원에서 실습을 하다보니 "미국인" 특히, "백인" 이었으면 물어보지 않을 질문들을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굿모닝~ 제 이름은 보리이구요 학생간호사예요. 간호사 00님과 함께 오늘 당신을 케어해드릴거예요"
평범한 이 인사를 미처 다 마치기도 전에 환자들은 질문 공세를 펼칩니다.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
"Where are you from?"
"Are you Chinese or Filipino?"
"이름이 '보리' 라고? 무슨뜻이야?"
미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심을 안 가진다고 누가 그랬던가요?ㅎㅎ 전 정말 환자 방을 들어가서 인사를 할 때마다 위 네가지 질문중에 하나는 꼭 들었답니다. 다른 백인 친구들은 똑같은 문장으로 인사를 해도 저런 질문을 하나도 받지 않았죠. 물론 악의를 가지고 하는 질문들이 아니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아무리 겉은 친절해도,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미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은근한 우월감을 표현하는 질문들이었죠. 워낙 미국인들이 small talk 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저는 저를 "학생간호사" 가 아니라 "이방인" 으로 보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다른 미국인 친구들과 똑같은 말, 똑같은 행동을 해도,
"너희 나라에서는 이걸 어떻게 표현해?"
"너희는 이런거 있니?"
라는 질문들이 한 사람이 아닌 마치 동물원 안의 원숭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첫 인사를 하자마자 다른 아시안 언어를 쓰면서 자기 발음이 맞냐고 물어보던 사람, 첫 인사를 채 하기도 전에 "Aww~ 우리 참 예쁜 필리핀 간호사가 담당이 됐네~~" 라며 저에게 활짝 미소를 짓던 사람 (그 사람 딴에는 저를 "예쁘다" 고 표현했으니 칭찬인거였습니다.), 왜 미국에 왔는지, 언제 미국에 왔는지, 왜 한국을 "떠났는지" 등등... 물론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면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하지만 처음 얼굴을 보고 게다가 친구로 소개받은 것이 아닌, 당신의 담당 간호사 어시 / 학생 간호사로 소개를 하고 있는 도중 저런 질문들을 받게 되면 나는 저 사람들한테 한낱 이방인으로만 보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구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고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은,
"North Korea or South Korea?"
입니다. 나와 주변 사람에게는 상식인 지식들이 누군가에겐 전혀 생소한 정보일 수 있다는 것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정말 저 질문은 들을 때마다 놀랍더라구요ㅎㅎ 저는 제가 한국인인 것이 굉장히 자랑스럽고,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신나게 공유합니다. 하지만, 저도 다른 친구들이랑 그냥 똑같이 간호학생으로써만 보이고 싶었는데, 환자들에게 저는 무언가 신기한 이방인으로 먼저 보인다는 것이 마냥 좋은 느낌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환자들이 제 이름을 기억을 못해서,
"그...조그만 아시안 간호학생이요"
라고 찾는 것도 빈번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발음하기 쉬운 간단한 영어이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 한글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건 아니었지만, 제 이름의 첫 이니셜로 시작하는 이름을 선택했죠. 그렇게 영어이름을 선택하고 병원 실습을 간 첫 날, 저는 다른 때와 똑같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이름만 영어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돌아오는 반응이 전혀 달랐습니다. 학생 간호사라며 간호학교 어렵지 않냐는 질문, 졸업은 언제냐 물어보며 저의 인종에 대한 질문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간간히 저의 백그라운드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한글 이름을 썼을 때와의 반응과는 천지차이였습니다. 제 인종을 물어볼 때도 훨씬 조심스러웠고 (입양인일수도 있고, 2세일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과 같은" 미국인일테니까요),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Where are you from?" 대신에
"Do you mind if I ask what your ethnicity is?"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전 그 전과 똑같은 생김새에, 똑같은 발음에, 똑같은 학생 간호사인데 말이예요.
간혹 영어이름을 쓰는 사람들을 자신의 국적이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아님 미국 우월주의라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는 글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정말 단순히 "제가 편하자고" 영어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과연 잘못된 일일까요? 다른 사람이 단순히 미국이 좋아서, 영어 이름을 가지고 싶어서, 그리고 설사 자신의 국적이 부끄러워서 영어 이름을 사용하게 된들 우리가 딱히 신경써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병원 실습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미국인들을 만나왔고, 절대 우연이 아닌 반복적인 상황에 맞닿았습니다. 내가 영어이름을 쓴다고 해서 애국심이 적어지는 것도 아니고, 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기에, 저는 그 사회에 더 스며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시는 것을, 심지어 그것이 새 영어이름을 짓는 것이라도, 적극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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