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미국 병원 마취 회복실 (PACU) 간호사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0. 9. 2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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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저는 현재 PACU (Post Anesthesia Care Unit) 즉, 회복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간호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응급실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고, 간호 경력 5년 후 시작한 3년간의 응급실 간호사 생활은 몸은 고되었지만 정말 행복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전 참 많은 것을 배웠고, 간호사로써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한 인간으로써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배워나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전혀 생각치도 못한 PACU 를 오게 된 것은 저를 봐왔던 매니저, 그리고 동료 간호사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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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CU 에서 일하기 전, 저는 같은 병원, 같은 매니지먼트 아래에 있던 외래 수술 입/퇴원실 (Ambulatory Surgery Department) 에서 일을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그 전에 일했던 응급실에 비하면 정말 간단한 업무들이었고, 환자들 이름도 기억 못하면서 정신없이 온 병동을 뛰어다녔던 응급실의 상황과는 달리 환자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할 수 있고, 필요한 교육을 드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 수술쪽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저에게 초반의 일들은 오히려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상황에 따른 유연성은 간호사들에게 필요한 부분이지만, 필요한 상황에 따라서 있던 룰도 아예 없애버린다거나 급하게 그 상황만은 무마하려고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는 응급실의 몇몇 상황들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저는 오히려 이 곳이 잘 맞는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되어갈 때 쯤, 저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업무들과, 굳이 간호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다른 업무들 (환자들에게 다음 날 수술 스케줄 컨펌 전화, 환자들 차트 정리, 수술 후 퇴원 전 간단한 간식 준비 등) 이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그 무렵 담당 매니저가 저에게 면담 요청을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외래수술입/퇴원실로 오면서 매니저가 저에게 가장 걱정했던 점은 응급실보다 템포가 훨씬 느린 이 곳에서 제가 지루해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12시간동안 스무명의 환자도 넘게 보았던 저는, 더 이상 수박 겉핥기식으로 환자를 케어하는 것보다 환자들과 일대일로 소통하며 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모든 유닛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제가 원했던 부분 말고도 생각치 못한 부분들이 있었고, 그 고충을 매니저가 느낀 것이었습니다. 

"회복실에 풀타임 포지션이 곧 생길건데 다른 회복실 간호사들이 너를 추천했어. 

내가 봐도 너한테 잘 맞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있니?"

     입/퇴원쪽에서 일을 하면서 회복실 간호사들과 환자들을 주고받으며 가까이 일을 했지만, 한번도 제 자신이 회복실에서 일할 거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회복실은 제가 지금까지 전혀 안해봤던 on call shift 가 있어서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주말동안 고민해보겠노라 말을 하고 매니저실을 나오는데 몇명의 회복실 간호사들이 오더니 너에게 잘 맞을 것 같다, 우리 좋은 팀이다, 함께 일해보자며 고마운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저의 무슨 점을 보고 그렇게 확신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서로 최대 5분 정도 환자 레포트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어떻게 저를 믿으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했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전혀 생각치 못한 분야였지만, 당시 일하고 있던 유닛에서는 볼 수 없어서 그리워하던 critical care 도 다시 맡을 수 있을 것이고, 응급실만큼은 아니지만 간호사의 자주성 (autonomy) 이 보장되기도 하고,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자는 주의로 신중히 고민해보고 그 다음 주 월요일, 제안을 감사히 받아들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회복실 간호사를 하기 위해서는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등 critical care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저희 병원은 발가락 골절부터 개두술까지 워낙 다양한 분야와 수준의 수술들을 하는 병원이어서,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경력이 있는 간호사들을 원하는 거였지요. 회복실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솔직히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난 지금까지 뭘 그렇게 죽어라 힘들게 일을 했을까?

였습니다. 물론 응급실에서 일할 때는 응급실페이라며 시급에 몇불씩 더 얹어주는 보너스가 있긴 했었지만, 저의 몸과 정신이 피폐해져갈만큼의 가치가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병동에서 일할 때도 적게는 5명, 많게는 8명의 환자들을 12시간 동안 함께하며 turn & position, 식사 셋업, wound 관리, 환자 및 가족 교육 등 말 그대로 total care 를 해가며 화장실도 제 때 못 가고, 점심도 제대로 못 챙겨먹을 정도로 정신없었는데, 회복실은 제 간호경험 난생 처음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정해진 곳이었습니다. 이전 외래 수술 입/퇴원실에서 일했을 때도 1:3 이라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있었지만, 회복실처럼 중한 상태의 환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쁘면 가끔 그 비율이 넘어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회복실에 와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간호사 한 명 당 환자 두 명이 넘어가지 않으며, 소아환자거나 특히 중환자같은 경우에는 일대일로 케어가 가능했습니다. 회복실 간호사는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고, 수술 스케줄을 보면서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환자들을 케어하고, 회복 후에는 의사의 오더에 따라 정해진 곳으로 환자를 보냅니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병원은 한시간 내에 환자를 이동하는 것이 기준이라 중증케이스가 아닌 이상 환자와 함께 있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합니다. 수술을 막 마치고 마취상태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케이스들인만큼 환자의 기도 확보가 제일 중요했으며, 환자 바로 옆에서 모니터와 함께 환자의 상태를 어세스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환자들이 서서히 깨어나면서 바이탈이 stable 하고, 통증과 마취 관련 메스꺼움이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면 의사의 오더에 따라 퇴원을 하거나 입원 병동으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응급 수술 케이스들이 잡히기도 하지만, 응급실처럼 마냥 끊임없이 앰뷸런스들이 들어오는 끊임없이 카오스인 상황도 아니고, 단순 반복의 업무가 아닌 어느 정도 컨트롤 된 상황안에서 직접적인 환자 케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겐 장점이 되었습니다. 

     현재 회복실에서 저와 같이 일하는 (이전에 step down telemetry 병동들, 응급실, 또는 중환자실 등의 경력이 있는) 제 나이 또래의 간호사들은 아직 은퇴할 나이가 멀었는데도 불구하고, 

"I can see myself retiring from PACU."

( 직역: "난 회복실에서 은퇴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어" 즉, "난 은퇴할 때까지 여기에서 일할거야.")

라고 말하거나, 

 

"PACU is a hidden gem!"

("회복실은 숨겨진 보석이야!")

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응급실이나 중환자 간호사들이 몇십년간의 간호사 생활을 마치고 은퇴할 때쯔음 몸이 편한 회복실이나 방사선과로 가서 몇년을 일하고 은퇴를 하는 추세입니다. 저는 100세 인생에 하나의 커리어만 갖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터라, 저와 비슷한 또래의 간호사들이 저런 말을 하는 것에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다른 동료들처럼 은퇴할 때까지 여기서 뼈를 묻겠다! 라는 건 아니지만) 점점 회복실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걱정했던 콜 근무도 워낙 정규 간호사들이 많으니 한 달에 나흘 정도만 하면 되고, 그마저도 정해진 근무 스케줄에 따라 다른 동료들과 교환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이 정해진 근무날인데 일요일 오버나잇으로 콜이 잡혀있으면, 토요일 오버나잇 콜이 잡힌 동료와 맞교환을 한다던지, per diem 간호사들에게 물어봐서 시간을 어느정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콜 대기시에는 한 시간당 13불 (병원마다 다름), 콜이 들어와서 병원에 나오게 되면, 예를 들어 30분만 환자 케어를 하고 올려보냈다 하더라도, 병원으로 오고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시급의 1.5 배인 콜 페이 x 3 을 받을 수 있게 되니, 시급에 몇 불 플러스 되었던 응급실 페이보다 더 많은 주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보다 몸은 편하고, 외래입/퇴원실보다는 더 머리를 쓰며 좋아하는 간호일을 할 수 있으니 회복실에서의 업무는 걱정했던거와 달리 다행히 저와 잘 맞았습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저를 잘 봐주고 스카웃 해주었던 동료들에게 감사했구요. 10대의 저는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볼까 걱정하기 바빴고, 20대의 저는 제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직장을 위해 제 몸을 불사르며 쉬는 날에는 먼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자극적인 즐거움을 찾기에 바빴습니다. 30대가 되어서야 저는 일상의 즐거움을 즐길 줄 알고, 내 직장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곳인 걸 깨달았고,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제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 워낙 성격이 급하다 보니, 무조건 빠른 속도의 응급실이 제일 잘 맞을 것이고, 응급실 전문 간호사 자격증을 공부해 취득하고, 응급실 간호사 교육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저는 다른 사람이 본 저의 모습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 후 예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회복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쉽게 질리는 성격이라 언제까지 회복실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편한 몸과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있음에 마냥 감사할 뿐입니다. 

     미국에서 일하고 싶으신 병동은 어디인지 공유해주세요. 혹은 미국 회복실에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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