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미국 응급실 간호사의 하루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0. 9. 2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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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NursingMentor_Sophia

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저는 현재 회복실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응급실 간호사로 3년을 일했었고, 응급실 간호사로써 자부심이 강했었어요. 지금도 나의 마음의 고향은 응급실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제대로 체력을 쌓기 전에는 못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들만큼 너무나 갈려나온(?) 곳이었어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으로 어딜가나 이상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었지만 대체적으로 응급실에서 일을 하려면 어느정도의 경력과 성격이 있어야했기에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과 등등 다 같이 힘을 합쳐 환자들을 위해 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포스팅은 제가 예전에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그 당시 따로 만들어뒀던 간호사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올려놨던 글을 올리려고 해요. 그 당시에는 이렇게 정신없는 하루가 어찌 잊혀지겠나 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아 그 때 그랬었지 라며 아련한 기억만 남았네요ㅎㅎ 전 가장 정신없고 바쁘고 쉴 타임 없는 오전 11시 - 오후 11시 근무를 했습니다 ^_ㅠ (포스팅이라 편한 말투로 쓴 점 이해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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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5일.


오전 11시: 출근하는 길에 1층 메인 응급실 말고 2층 응급실로 오라는 수간호사의 문자를 받앗다. 오전 10시쯤 갑자기 응급실 내 CT 실에서 연기가 나서 그 당시 응급실에 있던 스무명의 환자들을 2층 보조 응급실로 급하게 옮기고, 입원병동으로 갈 환자들은 바로 병동으로 신속하게 옮겨졌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평소와 전혀 다른 플로우였지만, 모두들 팀워크를 발휘해 평소와 같이 환자 케어를 시작했다. 바로 도착한 소방관들의 검사가 모두 끝난 두시간 후, 스무명보다 훌쩍 늘어난 환자들을 다시 메인 응급실로 옮기고 환자들 케어를 계속해간다.


오후 1시: 4번방 환자의 와이프가 10분 간격으로 스탭들을 호출해 환자 상황 업데이트를 물어본다. 현재 응급실 쪽에선 이미 아시다시피 이러이러한 테스트들을 다 했고, 결과가 이렇게 나왔고, 입원 결정이 났고, 현재 입원 담당 의사의 오더를 기다리고 있다. 그 분도 최선을 다해 빨리 일을 하고 계시지만, 환자가 더 급한 응급 상황의 환자들부터 처리를 하고 오시느라 조금 딜레이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10분내로 끝나지 않는다, 무언가 오더가 새로 내려오거나 업데이트를 들으면 그 순간 바로 알려드리겠다 등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벽과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마침 응급실 상황을 보기 위해 내려온 병원장까지 붙잡아들고 하소연을 한다. "지금 당장. 내 남편부터. 롸잇나우!" 그러더니 갑자기 엉뚱한 병원 메인 접수처에 가서 입원 담당 의사에게 지금 당장 전화해달라 막무가내다. 수간호는 물론, 매니저의 매니저, 총괄 담당자까지 관여가 되었다. 나는 다른 응급 환자들 케어를 하러 이만... 전 당신의 개인 비서가 되려고 간호사가 된게 아니랍니다.


오후 3시: 처음보는 의사가 우리 구역 담당으로 들어오길래 인사를 하고, 언제부터 여기서 일하게 되었느냐 물어보니 오늘이 첫 날이란다. 오늘 나와 나의 팀이 맡은 구역은 메인 응급실에서도 제일 바쁜 구역 + 트라우마 병실들인데 첫 날인데 여기를 주냐 못 됐다 생각이 들면서 걱정은 되었지만 모르는 것은 알려주며 으쌰으쌰 잘 맞춰가야겠다 생각했다.


오후 5시: 우리 담당 구역이 이미 정해진 병실 + 병실 앞 복도의 간이침대들 이상으로 더 이상 환자를 받지 못할 정도로 가득 찼다. 특히 복도에 꽉 들어찬 간이침대들 위의 환자들은 불만 한가득이다. 대부분의 불만은 왜 테스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물을 마시거나 뭔갈 먹지를 못하는지였다. "지난 사흘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왜 못 먹게하는거야!" 그럼 이미 몇번이나 말씀드렸지만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 "환자분 지금 복통 때문에 응급실 오셨잖아요^^ 그래서 지금 CT 찍고 결과 기다리고 계시구요^^ 혹시 CT 결과상 수술이 필요하시면 지금 당장 수술실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지금 뭐 하나 드셨다간 복통도 더 심해질 수도 있고, 수술이 몇시간 더 딜레이 될 수 있어요. 다 환자분을 위해 말씀드리는거예요^^" 한 15분 정도 지났을 까, 또 불만 한가득에 물이라도 달라며 소리친다. 물이나 음식이나 다 똑같다고 몇번이나 설명을 해드렸지만 다시 되돌이표를 찍고 돌아간 느낌. 어렸을 때 반복적으로 말하는게 싫어서 선생님이 싫다고 했는데 차라리 유치원생이 말귀를 더 잘 알아듣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오후 7시: 나잇 쉬프트 간호사가 오늘도 늦는다. 데이 쉬프트 간호사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퇴근한다고 떠나버렸다. 나 지금 우리 구역에 혼자 남은거니...? CT abdomen with oral contrast 가 오더된 환자에게 다가가서 CT 찍기 전에 조영제를 마셔야하는데 물에 타줄까, 사과주스에 타줄까, 사이다에 타줄까 물어봤다. 젊은 남자 환자였는데, 멍하게 간이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다가 내 질문에 갑자기 눈빛이 바뀌더니 자기를 무시하는거냐며 소리소리를 지른다. 왠만하면 친절하게 대하지만 오늘은 나도 지쳐서 짜증이 확. "아니 조영제를 마셔야 하는데 뭐랑 믹스해서 먹겠느냐 물어본게 뭐가 무시한겁니까!" 하니 갑자기 너 이름이 뭐냐, 너 오늘 죽고싶냐, 내가 너 죽여버린다 난리난리. 이미 수간호사와 시큐리티들이 우리를 향해 뛰어오는게 보인다. 그 순간 바로 옆에 있던 CT 실에서 평소 친근하게 인사를 해주던 스탭이 나오더니 우리 병원 간호사한테 그게 무슨 말투냐며 싸우고 싶으면 치사하게 여자 간호사한테 시비걸지 말고 나랑 싸우자며 나와 환자 사이를 막았다. 그 사이 시큐리티들도 달려와서는 몸싸움을 벌이려는 그 환자를 데리고 응급실 뒷쪽 psych 전용 1인실로 데려갔다. 그 스탭한테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니 너처럼 나이스한 간호사가 어딨는데 저 난리냐며 아직도 씩씩댄다.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그런데 난 이제 또 다른 환자들 보러 가야해. 고마워! 인사 하고 각자 또 자기 맡은 일하러 가기.


오후 9시: 오늘이 홀로서기 첫 날이라는 우리 구역 담당의사의 표정이 점점 심상치 않아보인다. 누가 툭 치기라도 하면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이다. "쌤 잘하고 있어요." 하니, "나 오늘이 첫 날이자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아요ㅠㅠ" 한다. "오늘이 다른 날보다 좀 더 빡세네요..." 하니 "저번주 월요일에 견습 왔을 때도 이렇던데요 😭" 한다. '이제 독감 시즌이 오면 더 바빠질거예요...' 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정신과 담당 응급실쌤에 오더니 아까 나에게 난리를 친 환자가 나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 환자 기록을 보니까 psych 병이 몇개 있는 당신이 잘 아는 환자라며 잘 이야기했으니 가서 사과를 받으라고 하신다. 시큐리티 한명과 그 환자 방에 찾아가니 "아까는 내가 괜히 흥분했어요. 미안합니다." 라며 사과를 한다. "사과해줘서 고마워요. 필요한 테스트들 잘 받고 가세요." 인사하고 다시 내 구역으로 복귀.


오후 10시: 한시간만 더 있으면 퇴근할 생각에 들떠있는데 갑자기 앰뷸런스가 들어오더니 응급요원들이 들 것 위의 환자에 올라타 심폐소생술을 하며 급히 들어온다. 보통 어레스트 때는 특히 미리 앰뷸런스에서 우리한테 연락을 주어서 미리 준비를 해주고 있는데 이번 경우에는 완전 서프라이즈. 트라우마 병실들은 물론 이미 꽉 차 있는 우리 구역에서 그나마 제일 마일드하신 퇴원 직전인 환자분께 급히 양해를 구하고 (구하다기 보다 약간 일방적 부탁) 그 환자를 복도 의자에 앉히고 심폐소생술 환자를 물려받았다. 30대 남성환자였는데, 약혼녀가 샤워를 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쿵 소리가 들려 방에 들어가봤더니 의식이 없이 쓰러져있어서 911을 불렀다고 한다. 40분간의 사투와 9번의 epi 투여 끝에 pronounced... 약혼자의 마지막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다던 약혼녀의 울부짖음을 뒤로 하고, 속으로 환자의 명복을 비는 화살 기도를 올리고, 다시 다른 환자들 케어를 하러 돌아간다.


오후 11시: 입원담당 의사가 자꾸 우리 새내기 응급실 의사를 테스트 하는 느낌이다. 처음 봤다고, 어린 새내기 여자 의사라고 일부러 까내리는 느낌. 병원 생활 몇 년 했더니 정말 이해가 안되어서 질문을 하는건지, 일부러 까려고 질문하는건지 정도의 분위기는 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그만 좀 물어보고 직접 입원할 환자 인터뷰 하시는게 어떠세요. 그 정도 정보는 제가 업데이트 해드릴 수 있고 차트에도 다 나와있어요." 하니 자기가 직접 알아보겠다며 급히 자리를 뜬다. 아니 그럼 처음부터 진작 하던가 왜 바빠죽겠는 우리 쌤을 붙잡고 난리였던거야 🤬 퇴근 직전 다시 쌤에게 돌아가서 "오늘 첫날이기도 하고 바빠서 정신 없었을 텐데 잘 하셨어요. 이제 퇴근하셔야죠." 하니 "나 8시간 동안 환자들만 계속 빽투빽 보느라 차트 완성 하나도 못 했어요... 여기서 난 평생 못 나가고 나가서 집에 가더라도 울다 잠들거야 😫" 라길래 우는 대신에 술 한잔 하시고 주무시라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퇴근을 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응급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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