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미국 병원 Rapid Response 와 Code 차이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0. 10. 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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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오늘은 저희 병원에서 쓰이는 Rapid Response 알람과 코드 알람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드리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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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pid Response 는 병원의 어느 곳이던 환자의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어서 급하게 의사와 추가 도움이 필요할 때 병원 전체에 울려퍼지는 알람입니다. 병원 내 안내데스크로 전화를 해서 "Rapid Response at Unit xx Bed ****" 라고 하면 총 세 번 그 알람이 울립니다. 저희 병원은 따로 Rapid Response Team 이 없어서 저 알람이 울리면 그 환자 담당 의사, 총 책임 의사, 중환자실 간호사, 호흡치료사(Respiratory Therapist), 간호사 총 책임자가 저 알람이 울리고 10분 내로 그 방으로 들어옵니다. 다른 병원은 Rapid Response Team 이 따로 체계적으로 갖춰져있는 곳도 있더라구요. 저희 병원에서는 처음 일을 시작하는 신규 간호사들은 긴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잘 몰라서 그러는거 아닐까, 사실 별거 아닌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을 크게 만드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저 rapid response 를 울리지 않아 환자의 경과가 훨씬 안 좋아지고 난 후에야 의사에게 알리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 병원은 한동안 'Rapid response 를 울리는건 너가 좋고 나쁜 간호사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에게 지금 당장 엑스트라 도움이 필요할 때, 그 때 울리는 것이다. 지금 내가 당장 환자를 고칠 수 있는가? 아니면 바로 울려라.' 라고 대대적으로 rapid response 의 중요성에 대해서 간호사들에게 교육을 했습니다. 

 

 

 

     Rapid Response: 이 알람을 부를 상황의 예시들을 들자면, 환자의 열이 해열제 이후에도 안 내릴 때 (uncontrolled fever), 환자의 호흡이 갑자기 가빠졌을 때 (respiratory issue), 환자가 뇌졸증 증상들을 보일 때 (change in neuro status), 갑자기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할 때 (sudde onset of acute chest pain) 아니면 마일드한 증상들인데 담당 의사에게 몇번이나 페이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전혀 되지 않을 때 등으로 들 수 있습니다. Rapid response 가 울렸을 시, 그 사이에 같은 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동료 간호사나 수간호사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코드 카트를 방문앞으로 가져옵니다. 담당 간호사는 왜 알람을 울렸는지, 이 환자가 왜 입원을 하고 있는지, 주요 병력들이 무엇인지, 알러지나 다른 주의사항들을 도착한 스탭들에게 공유합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필요한 오더만 받을 수도 있고, 환자가 심한 상태일시 Code Grey (뇌졸증 의심 코드), Code Blue (호흡이나 심박수가 미미하거나 없을 경우), 혹은 Heart Stat (EKG상 심장마비) 으로 상승됩니다. 

 

     Rapid response 가 간호사의 결정으로 내릴 수 있는 알람이라면, 코드들은 (코드 블루 제외) 의사들만이 울릴 수 있는 알람입니다. 가끔 간호사들이 이 정도면 코드 불러야한다고 의사에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의사들이 공식적으로 코드를 울립니다. 

 

     Code Grey: 저희 병원에서 이 코드는 뇌졸증 의심 상황일 때 불려집니다. 말이 갑자기 어눌해졌다던가, 얼굴 한쪽이 흘러내린다던가, 간단한 정보들이 기억이 안난다던가 하는 증상이 있을 때 이 코드가 의사에 의해 불려지고, 그럼 환자는 바로 STAT CT 를 받으러 갑니다. 담당 간호사의 역할은 위의 rapid response 상황과 같이 도착한 스탭들에게 보고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최소 20gauge 의 IV 를 AC (팔꿈치 안쪽) 에 잡습니다. (CTA 시 필요). CT실에는 모든 환자들이 스탑되고 코드그레이 환자가 최우선으로 테스트를 받구요. 제가 응급실에 일할 때 초기에는 증상이 이미 완화됐어도 그 증상이 있었던 시간이 응급실 도착 시간 6시간 이내여야만 코드 그레이를 불렀는데 이제는 18시간 이내도 부르더군요. CT실을 갈 때는 반드시 간호사가 환자를 심박수와 혈압,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모니터에 연결한 상태에서 데려가야 하고, 보통 환자가 CT 스캔을 마치고 돌아오거나 CT 스캔실에서 신경과 전문의가 인터뷰를 하고, 오피셜한 CT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니면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한데 코드 그레이 환자들은 공식적인 오더가 내려오기 전까지 신경 평가 (neuro assessment)를 15분에 한번씩 작성해야합니다. 

 

     Code Blue: 이미 다들 알고 계시는 심정지 코드입니다. 환자의 호흡이나 맥박이 미미하거나 없을 시 코드 블루가 울립니다. 저희 병원은 따로 코드팀이 없어서 상황마다 다른 전문가들이 현장에 도착합니다. 예를 들어 그냥 코드 블루는 성인 환자, 코드 블루 주니어는 만 18세 미만 소아 환자, 코드 블루 OB 는 임산부 혹은 산모 환자 등 각 상황에 맞춘 코드가 울리고, 그에 따라 전문간호사와 의사들이 현장에 참여합니다. 위의 상황들과 마찬가지로 담당 간호사는 환자에 대한 정보가 다 머릿속에 있어야 하고, 코드 블루를 부르거나 소리를 쳐서 도움을 요청하고, 다른 스탭들이 오기도 전에 침대를 평평히 두고 제일 먼저 CPR 을 시작합니다. 코드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건 역할분담인데요, 대부분의 코드들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 (특히 구경온 사람들) 역할 분담이 제대로 안되어서 더 정신이 없게 됩니다. 전 개인적으로 엑스트라 도움이 도착하면, 간호조무사에게 CPR 을 넘기고, 의사에게 리포트를 하며 코드 카트에서 약을 준비하거나 상황 서기를 합니다. 일분 일초 언제 무엇을 하였는지, 어떤 약이 얼마나 언제 투여되었는지를 알아야 차근차근하게 코드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서기를 하면서 전체적인 상황을 담당 의사와 함께 통솔합니다. 

 

     Heart Stat: 심근경색 상황에서 울리는 알람입니다. 환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할 때 EKG (심전도검사) 를 하고, 그 검사에서 STEMI 가 나왔을 때 의사에 의해 불리는 알람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저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30분내로 환자는 cath lab 에 도착해야 합니다. 저 알람이 울리면 Cath lab 담당 의사나 전문간호사 (Nurse Practitioner) 가 와서 신속하게 환자 어세스를 하고, 필요한 항응혈제들을 오더합니다. 담당간호사로써의 할 일은 마찬가지로 환자의 상태를 보고 하고, 팔꿈치 안쪽에 최소 20gauge 의 IV 두개를 삽입하고 (만약 시간이 정 없거나 hard stick 이면 하나라도 오케이) cardiac monitor 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shock pad 들을 환자를 연결한채로 cath lab 으로 환자 이동을 합니다. 

 

     저도 rapid response 나 코드를 부를 일들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보고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걱정부터 앞섰다면 지금은 무조건 환자가 최대한 빨리 필요한 케어를 받을 수 있게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필요한 알람을 부릅니다. 특히 미국 병원 문화에서는 환자를 위한 마음이 앞섰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거든요. 

 

     저번주 화요일에는 동료 간호사의 환자를 점심시간동안 커버해주기로 했는데, 이미 뇌졸증 병력이 있는 환자였고, 잔여증상이 몸 왼쪽에 남아있던 환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환자는 수술 마취에서 깨어난 후로 원래 증상보다 왼쪽 팔과 얼굴이 훨씬 심하게 저린다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간호사는 이 환자가 원래 오늘 바로 퇴원해야하는데 집에 가기 싫어서 저러는거라며, 그냥 모니터 좀 하다가 퇴원병동으로 보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는데 모르쇠 할 수 없었던 저는 바로 담당 수술의사를 호출했고, 상황 설명을 하며 코드 그레이를 부를 것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담당 수술의사도 동의했고, 병원 전체에 코드 그레이가 울려퍼졌습니다. 환자는 필요한 CT 를 받고,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고, 다행히 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룻밤동안 입원을 해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 환자가 몇번이나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지 제가 오히려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환자가 정말 집에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린 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로써 마냥 이미 편견을 갖고 환자를 대한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간호일까요? 만약 그냥 달래서 환자를 집에 보냈고, 혹시 집에서 실제로 뇌졸증이 발생했다면 그건 또 누구의 책임으로 돌아올까요? 이 병원에서 몇년 동안 일하면서 처음 본 신경과 의사가 좀 짜증내는 말투로 회복실로 들어오긴 했지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가요? 우리는 환자를 위해서 일을 하기로 선서한 사람들인데요. 

 

     위의 중요 코드들 말고도 저희 병원은 신생아 유괴가 의심될시에 불리는 Code Pink, 연기나 화재 발생시에 불리는 Code Red, 환자나 보호자가 흥분해서 폭력을 휘두른다거나, 병원 스탭들이 위험에 처할시에 불리는 Stat 5-0, 총격이 발생할 때 불리는 Code Silver 등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을 하시게 되면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 병원의 코드들에 대해서 배우시게 될 거예요. 참고로 제 친구가 일하는 병원은 뇌졸증 환자가 의심될 때 Code Purple 을 부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있을시에 Code Grey 를 부른다고 합니다. (구글에 code grey 를 검색해보니 폭력적인 사람이 있을 때 부르는 코드로 나와있네요! 우리 병원이 이상한건가...) 어쨌든 각 병원들마다 정해놓은 코드 색깔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색깔이 어떤 상황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반드시 잘 숙지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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