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미국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0. 10. 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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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오늘은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환자 다음으로 밀접하게 함께 일하는 의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 갔던 한국 병원에서 환자 입장에서 본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는 뭔가 수직적인 관계인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어요. 그 때와는 한국 병원 시스템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본 미국에서의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를 공유해보겠습니다. 

 

 

 

     1. 간호사는 의사의 심부름꾼이 아닌 의사의 오른팔

 

     오리엔테이션을 갓 끝낸 새내기 간호사일 적, 제 담당 환자의 담당 의사가 저에게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물어보았습니다. 입원했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많이 호전된 상태였고, 바이탈도 스태이블한 상황이라고 보고를 했더니 갑자기 저에게, 

 

"그럼 오늘 환자 퇴원시켜도 되겠어?"

 

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거지?' 많이 당황했지만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키며, 제 소견상으로는 환자가 퇴원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직접 보시고 결정하시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뭐 잘못되면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는거 아니야?'

'의산데 자기 결정에 자신감이 없나?'

 

     그 당시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저는 이제는 압니다. 의사들은 누구보다 환자를 가까이서 살피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간호사를 믿고, 의사 자신의 또다른 눈과 손과 팔로써 간호사를 의지하고 존중해준다는 걸요. 물론 어느 곳에나 모난 사람은 있듯이 간호사를 하인마냥 마구 부리려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들은 굉장히 드물고, 대개 간호사들이 그런 식으로의 태도를 참고 있지만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배워서 달라지거나, 오히려 다른 시니어 의사들한테 꾸중을 듣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나이가 어린 의사일수록 오픈마인드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꼰대짓을 할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케이스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의대에서, 특히 실습을 처음 나오는 인턴의 경우, '인턴이라고 얕보이면 안된다, 무조건 세게 나가라' 라는 구세대적인 충고를 하는 못난 시니어들이 아직 꽤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부딪혀서 갈등을 만드려는 (?) 초보의사들도 있는데, 대개 직접 경험해본 후에는 우리는 다 환자를 케어하기 위한 팀이라는 것을 깨닫고, 함께 환자 상태를 공유하며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또한,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간호사의 케어와 리포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환자의 퇴원 시기, 환자의 식사 변경, 환자의 상처치료 과정 등등 환자 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간호사들이 더 잘 알 수 있는 부분들에 간호사들의 의견과 관찰상태에 의지를 하는 케이스들이 많이 있습니다. 

 

     2. 간호사는 독립된 의료인이자 한 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간호사는 환자를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어세스하는 의료인입니다. 약 5년전, 미국의 유명한 아침 토크쇼에서 한국의 미스코리아와 똑같은 미스아메리카 참가자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미스아메리카 참가자 중의 한명은 간호사였는데, 본인의 재능을 뽐내는 과정에서 그 분이 간호사 스크럽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두른 상태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 부분을 시청하다가 토크쇼의 호스트들 중 한명이, 

 

"근데 저 사람은 그저 간호사일 뿐인데, 왜 의사의 청진기를 갖고 나온거야?"

 

라는 망언을 합니다. 그 쇼가 끝나기도 전에 인터넷에서는 미국 간호사들로부터 엄청난 질타가 쏟아집니다. 

 

"아 그.저. 간호사일 뿐인 나는 감.히. '의사의 청진기'를 쓰면 안되는구나! ㅇㅋㅇㅋ"

"내 환자는 위나 폐, 심장소리에 이상이 생겨도 의사가 오기 전까지 그냥 방치되겠네...굳럭!"

"간호사로써 청진기는 계속해서 쓰는데 왜 의사의 청진기라는거지?"

"저 사람들은 그.저. 간.호.사.일 뿐인 내가 몇번이나 내 환자들의 목숨을 살렸는지 알까?"

 

인터넷에서는 #NursesUnite 이라는 해쉬태그 아래 간호사들이 청진기를 사용하거나 목에 두른 사진들이 가득 실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더 이목을 끌었던 부분은 수많은 의사들도 함께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간호사가 없다면 나는 내가 하는 일의 반의 반의 반도 하지 못할거야."

"간호사가 청진기를 안 쓰면 누가 쓴다는거지?"

"정말 무례한 발언이었다. 나의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

 

월요일에 방영된 라이브쇼 이후에도 그 망언에 대한 후폭풍은 계속 되었고, 결국 수요일 라이브쇼에서 그 호스트는 공식적으로 간호사들에게 사과의 말을 올립니다. 

 

"절대로 의료인인 간호사를 무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어리석었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쇼의 호스트들은 같은 주의 금요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쇼에 초대해서 간호사의 의무과 업무들에 대해 제대로 배워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저 간호사들의 일방적인 외로운 논쟁이 될 수도 있었던 주제에 의사들도 서슴없이 가담하여 간호사와 우리는 한 팀이라며, 우리의 팀원을 모욕하지 말라며 함께 싸워주었습니다. 실제로 병동에서 근무를 할 때도 각 병동 담당 의사와 그 병동의 간호사들이 오전 10시쯤에 모여서 함께 팀 플랜을 짜고, 어떤 케어가 각 환자들에게 제일 알맞는지를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환자에게 최선의 케어를 딜리버리 하기 위해 동등한 위치의 의료인으로써 의견을 주고받고, 한 팀으로 일을 하는 것이 이 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3. 물론 간호사로써 나의 의무를 우선으로 하고, 의사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지 말 것.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듯이, 전체적으로 미국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는 우호적이고, 특히 같은 병동에서 계속 일하게 되면 서로 편해지고, 누구는 어떤 스타일의 업무를 좋아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잘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너무 가까워서 서로를 너무 믿을 때 발생하게 됩니다. 간호사로써 제일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는 의사의 오더가 필요한 것들이 실제로 오더가 되어있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병원에서는, 소변줄을 삽입한 환자들의 경우에 요로감염의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24시간마다 그 환자가 소변줄이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어세스하고, 더 이상 소변줄이 필요가 없으면 소변줄을 빼내야 합니다. 만약 24시간이 지났는데도 소변줄이 필요한 상태면, 담당 의사가 24시간마다 갱신되는 소변줄 오더를 다시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 소변줄 오더를 그닥 중요하지 않게 생각을 해서, 소변줄 갱신 여부를 묻는 간호사에게 그냥 말로 "오늘 오후까지 한번 지켜보고 결정하죠" 등 두리뭉실한 상태의 답변을 할 때가 있습니다. 오전에 갱신을 해야하는 문제인데 오후까지 지켜보자는 말은 24시간 갱신오더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그걸 조목조목 짚어 다시 의사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결국 이 환자는 소변줄 갱신 오더가 따로 없이 24시간 넘게 있는 상황이고, 혹시 그 환자가 요로 감염이 걸렸다고 하면 그 책임은 제 때 오더를 받지 않은 간호사에게 내려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친하고 편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공과 사는 구분하여 제대로 된 오더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적으로 미국 간호사와 의사는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데 스스럼이 없고, 환자에게 최상의 케어를 주기 위해 한 팀으로써 일을 합니다. 하지만 특정 의사와 너무 편해졌다고 해서, 혹은 그 사람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나에게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절대 하시면 안되고, 언제나 내가 최우선으로, 나와 내 미국 간호사 면허를 보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입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신기하게 보셨거나 한국과 달랐던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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