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간호사 일과 학업 병행 (커뮤니티 컬리지 추천)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0. 10. 1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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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오늘은 미국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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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미국에 와서 간호대학교를 다녔는데,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빨리 취업을 해야겠다는 목표로 지역사회대학교 (Community College) 에서 먼저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의 간호사가 귀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대학교 학비 지원을 해준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4년제는 병원에서 내주는 학비로 졸업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간 커뮤니티 컬리지였습니다. 호본과로도 유명한 학교였고, 뉴욕주립대학교 소속이라 제가 지내기로 한 동네에서도 제일 알아주는 대학교였습니다. 

 

     제가 처음 캠퍼스에 와서 느낀 것은 다양한 인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생' 하면 딱 20대의 풋풋한 학생들의 이미지만 있었는데, 커뮤니티 컬리지를 들어와보니 어려서는 공부에 관심이 없다가 커리어를 쌓기 위해 대학교로 다시 돌아온 사람, 이미 4년제 학위가 있지만 전공이 잘 맞지 않거나 취업이 잘 되지 않아서 다시 새로운 전공으로 공부를 하러 돌아온 사람, 이미 수십년간 사회생활을 했다가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어서 학교로 돌아온 사람 등등 정말 다채로운 '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난 학생중에 제일 나이가 많으신 분은 60대셨습니다.) 물론 제 또래의 친구들도 많이 있었지만, 학비가 4년제나 사립 대학교들보다 affordable 하고 유연하게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의 특성상 가능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간호사 일과 학업 병행 부분만 읽으시고 싶으신 분은 커뮤니티 컬리지를 추천하는 (↪  ↩) 부분을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 잠시 커뮤니티 컬리지를 추천하는 이유를 설명해드리자면 제가 학교에서 만났던 많은 미국 친구들 덕분입니다.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유학생들은 쉽게 볼 수 없었는데 저는 한국 유학생들에게 커뮤니티 컬리지를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사회생활을 한 후에 다시 특정한 공부가 하고 싶어서 온 학생들이나 처음부터 원하는 커리어가 있는 학생들 말고도, 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며 들은 미국 학생들이 커뮤니티 컬리지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아직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서" 였습니다. 대개 4년제 학교를 가면 그 학교에서 그 과로 졸업을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우선 집 근처에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전체적으로 공통된 교양 과목들과 전공이 아니어도 들을 수 있는 전공예과 과목들을 듣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들을 해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들은 이유는 "필요과목은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싸게 듣고, 나중에 장학금을 받고 4년제로 편입하기 위해" 였습니다. 어느 대학교를 가든 각 전공마다 반드시 들어야 하는 교양 과목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사실 4년제 대학에서 비싼 학비를 내지 않고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고, 또 편입을 할 때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들었던 해부학 1이면 해부학 1, 화학 2면 화학 2로 학점이 100% 반영이 됩니다. (각 학교마다 과 이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편입하고 싶은 학교와 연락을 해서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의 과목과 비교분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는 특히 뉴욕 주립 소속이었기에 편입에 필요한 학점 이상을 듣고 서류들을 준비해서 4년제 뉴욕 주립대에 지원하게 되면 다양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친구들은 뉴욕 주립대 말고도 하버드나 아이비리그 대학교에 편입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서 공부뿐만이 아니라 혼자서 미국 생활에 적응 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정확히 내가 딱 어느 전공으로 어떻게 취직할 것이다, 혹은 하고 싶다 라고 마음을 100% 정한 분들은 흔치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컬리지를 먼저 들어가게 되면, 다른 4년제나 사립 대학교들보다 부담이 덜 되는 학비로 대학 교육을 들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점점 더 형상화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컬리지라도 성적만 좋으면 Honor Society (어너 소사이어티: 미국 대학 성적 우수자들의 모임) 초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맥을 넓히는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미국 대학교는 입학보다 졸업이 훨씬 어렵고, 학번을 입학년도로 따지는 (20학번: 2020년에 입학한 기수) 한국과는 달리, 졸업년도로 학번을 따지기 때문에 (Class of 2020: 2020년도에 졸업하는 기수) 중간 편입에 대한 선입견이 없습니다. 혹시 강의나 교수진의 질에 대해 의문을 가지신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인생 멘토 교수님을 만났고, 다른 교수님들도 전체적으로 비교해보았을 때 학사 시절 교수님들이나 현재 듣고 있는 석사 프로그램의 교수님들과 견주어 절대 뒤지지 않는 열정적이시고 지식이 깊으신 분들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만 커뮤니티 컬리지에는 기숙사가 없기 때문에 미드 대학교에서 흔히 보이는 Fraternities 나 Sororities, 혹은 캠퍼스 내의 술파티들은 볼 수 없습니다. 미국 대학 낭만의 하나인 캠퍼스 내 파티들은 없지만 친구의 집이나 대학가에서 언제나 즐겁게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난 정말 미국에 캠퍼스 술파티를 하러 간다! 라는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 아닌 이상, 커뮤니티 컬리지를 고려해보시는 것을 적극 추천해드립니다. ↩ 

     그렇게 대학교에서 만난 제 주위의 또래 친구들만 봐도 '대학생'이라는 것이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그저 공부를 하는 곳일뿐, 학업을 무엇인가와 함께 병행하는 사람들이 99% 였습니다. 아르바이트는 물론, 투잡을 뛰며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 갓난아기가 있어서 부모님이 집에 있을 때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스케줄을 짠 싱글맘, 이미 다 장성한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아내와 함께 학교로 돌아온 분,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식 커리어를 가졌기에 오후수업만을 들으며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일과 학업의 병행"은 무언가 내가 절대 못 할 것이 아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영어로 예과나 간호본과 수업들을 따라가기도 벅차던 저는 점점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고 공부의 요령이 생기며 다양한 활동 (간호과 동아리 부/회장직과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리더 및 또래 카운셀러) 들과 유학생으로써 합법적으로 알바를 구해 학업과 병행하게 됩니다 (참고포스팅: 유학생이 합법적으로 일하는 법). 새로운 환경 적응에 미국으로 학교 생활까지 힘이 들긴 했지만 제가 딱히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 혼자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가면 되는 시기였기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중한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하면서, 간호과에서 실습을 나갔을 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당시에 소아간호를 배우고 있을 때라 소아병원으로 실습을 나갔었는데, 모든 환자들의 라운딩을 마치고 약간 한가한 타임에 병동의 정 중앙에 있는 간호 널싱스테이션 컴퓨터에서 그 병원 직원 간호사가 학교 강의 PPT 를 읽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환자의 스케줄이나 환자의 요청이 있으면 중단하고 바로 달려나갔지만, 환자 기록이나 그 시간에 필요한 업무를 다 마치고 있는 대기 시간을 이용하여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취직한 병원에서도 처음 취직 면접때부터 (2014년) 우리 병원은 2020년까지 모든 간호사들이 4년제 학위를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며 학업 계획에 대해서 물어봤고, 저는 병원의 학비 지원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풀타임 간호사 직원일시, 학비 지원 (학사 뿐만이 아니라 석사, 박사도 가능) 을 일년에 5000불을 해준다고 하였고, 전 그럼 일을 하면서 힘들테니 일년에 두세개 수업만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2020년전까지 학사학위를 따겠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1년동안은 병원일에 적응하느라 학교를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1년 후 2015년 저희 병원에서는 풀타임 간호사 학비 지원 베네핏을 5000불에서 10,000불로 올려주었습니다. 학비 지원도 널널하겠다, 우선 학교 등록이라도 해놔야겠다고 생각한 저는 여러가지 학교를 밑의 조건들로 비교 분석해봅니다. 

 

1. 온라인 프로그램 vs 캠퍼스 강의

 

     저는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닐 때 딱 두 과목을 인터넷 강의로 들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강의실에 앉아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노트 필기를 하는 캠퍼스 강의와는 다르게 매 주 새롭게 올라오는 파워포인트를 읽고 스스로 공부하며 중요한 포인트를 잡고, 그 다음 주 강의가 오픈될때까지 내가 직접 시간을 정해서 공부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강의실에서 교수님께 강의를 들을 때 더 집중을 잘 할 수 있었고 궁금한 것도 바로 질문을 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풀타임으로 일을 하다 보니 제약이 많았습니다. 직접 캠퍼스를 방문해서 강의를 듣는 시스템을 선택하자니 오후 8시 이후에 시작하는 밤 강의를 듣거나, 제가 오프인 날에 학교로 가야 했는데 그러기엔 체력도 문제이고, 효율성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시간 관리와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을 목표로 한 뉴욕 주립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간호 프로그램 중 캠퍼스 강의 프로그램이 아닌, 온라인 RN-BSN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됩니다. 

 

2. 실습 여부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학교 프로그램으로 학사를 시작한 동료간호사는 실습이 아예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였습니다. 보통 간호사 학사는 논문들과 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고 레포트를 많이 제출하는 것을 주로 한다고 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분야와 레벨의 간호를 경험하고 싶어서 실습프로그램이 있는 학교를 정했습니다. 

 

3. 현재 내 직장에서 실습이 가능한지

 

     실습 프로그램이 있는 학사 프로그램을 찾은 후에 알아본 것은, 현재 일하고 있는 이 병원에서 실습이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또다른 온라인 프로그램을 선택한 다른 동료간호사는 실습 프로그램이 있는데, 현재 자신이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절대 실습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근처에 다른 병원들에 직접 연락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찾은 학교는 현재 실제로 일하고 있는 병동만 금지가 되고, 다른 병동이나 이 병원 소속 다른 병원도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훨씬 편하게 실습 스케줄을 짜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대학교에 필요한 서류들을 보내고, 2016년 가을학기부터 RN-BSN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RN 을 가지고 있고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간호사들만 참여할 수 있는 RN-BSN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각자 한 학기에 듣고 싶은 과목을 정해서 듣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추천해준 프로그램에 의하면 일년에 두학기 (봄 & 가을), 한 학기에 두 과목만 들으며 3년동안 이어지는 프로그램이었으나, 저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서 그 프로그램에서 일년에 들을 수 있는 최대인 삼학기(봄, 여름, 가을) 를 듣고, 한 학기에 두 과목식 들으며 2년만에 졸업을 했습니다.  

 

     병원측에서도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최대한 유연하게 스케줄을 맞춰주셨기 때문에 중요한 시험이나 퀴즈가 있는 날은 일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었고, 실습을 다닐 때도 최대한 제가 편한 쪽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인터넷 강의들은 일주일마다 새로운 주의 강의와 과제들이 열리기 때문에 시간관리가 제일 중요해서 가끔은 13시간 후에 집에 퇴근해와 눈이 감겨오는데도 글을 쓰고, 공부를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이 나거나 휴식시간에 읽을 수 있게 파워포인트를 프린트하거나 강의 관련 서적을 일터로 가져갔습니다. 그 주의 강의를 위해 들어야할 영상들이 있으면 출퇴근 시간 운전할 때 차의 오디오로 연결을 해서 들었습니다. 남들은 매주마다 봄에 벚꽃놀이, 여름에 바닷가, 가을엔 단풍놀이, 겨울엔 스키장/썰매장을 가는데 저는 한 학기에 한번 스트레스를 풀러 근교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것밖에 시간이 나질 않았습니다.

 

     저보다 시간 관리를 더 잘하시는 분들은 물론 저보다 더 여유있게 일과 학업을 병행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워낙 읽는 속도가 느릴 뿐더러, 교수님이 직접 올려주신 파워포인트가 있음에도 그걸 읽으면서 다시 제 스타일로 중요 포인트를 직접 써가거나 타이핑해야 이해가 잘 되고 공부가 되는 편이었기때문에 저보다 더 똑똑하시고, 효율적으로 공부하시는 분들은 훨씬 더 시간이 덜 걸릴 것입니다. 

 

     미국 간호사 일과 학사 학업을 병행하면서 이미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배운 스킬적인 것보다 전체적으로 간호사로써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bedside nursing 뿐만이 아닌 간호사의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었고, 또 그 직업군의 간호사들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직접 체험하고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학교만 따로 다녔다면 어떠한 지식을 배움과 동시에 일하는 방식에 적용할 수 없었을테구요. 

 

     현재 저는 풀타임으로 회복실 간호사 일을 하며 현재 다니는 병원에서 학비를 지원받아 병원 경영 관련 석사 MBA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사 프로그램을 공부할 때 간호사로써 어떤 직업군들로 다양하게 나아갈 수 있는지를 직접 보고 느꼈고, 그 덕분에 난생 처음 마케팅, 비지니스 통계학 등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일하시는 곳과 그 과정에 익숙해지고, 내가 일을 하는 것에 자신이 생겼을 때, 더 다양한 것을 배우면서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 학업을 병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간호사 일을 하면서 경영 공부를 하자니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환경에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기회들을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요즘 시대에 단순히 한가지의 일만 30-40년 넘게 하는 것보다, 현재 가진 능력을 다양하게 활용 할 수 있는 법을 배운다면 나에 대한 경쟁력을 더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과 학업 병행을 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하지 못할 일도 아닙니다. 우선, 생각만 하지 말고 시작하세요. 그럼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아예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앞서나가고 계신것이니 너무 조마조마해하지 마시고 나 자신을 잘 격려해나가면서 나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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