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유퀴즈 인질 협상 전문가와 간호사의 대화법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1. 4. 1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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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오늘은 제가 우연히 보게 된 유퀴즈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받아 포스팅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재석님과 조세호님이 진행하시는 유퀴즈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지내다보니 제 때 챙겨보지는 못하고, 인스타나 유투브에 짧게 편집되어서 돌아다니는 영상들로 많이 접하곤 합니다. 그렇게 짧게 보고 지나치는 영상들 속에서 얼마 전에 방영된 인질 협상 전문가인 '이종화'님과의 인터뷰를 보고 그 분이 협상을 하며 대화를 하시는 방식이 간호사의 대화 방식과 너무나 똑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중 위기 상황에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금기어들을 몇 개 소개하며 간호사의 대화 방식과 어떻게 똑같은지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1. "진정하세요."

     영상 속에서 이종화 전문가님은 상대방에게 진정하시라는 하게되면 오히려 그 상대방을 더 자극시킬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하라는 말보다 그 감정을 인정해달라고 말씀하십니다. "많이 화가 나 보이시네요.", 그렇게 누군가가 자신의 화를 인정해주면 더 이상 화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감정이 누그러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간호사로써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일을 했을 때 감정을 조절을 못하시는 환자분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렇게 엄청 화가 나있거나 폭력적인 성향의 환자분들은 환자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만 않는다면 그 순간 격앙된 감정을 다 쏟아부을 수 있게 시간을 주고 그저 듣고 기다려주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진정하시라" 라는 말이 나오게 되면 오히려 더 감정이 격해지고, '니가 뭔데 나한테 진정하라말아라 하냐' 며 더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에 그저 스스로 진정이 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2. "이해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조세호님의 연기력에 정말 빵 터졌습니다. 제가 간호학교를 다닐 때부터 교수님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은 이야기가 "Don't ever say you understand. You don't. You are not in their shoes." 였습니다. 일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환자분들을 보면 정말 진심으로 안타깝고, 이해한다는 말이 나올뻔 합니다. 하지만 정말 나는 그 분들의 고통이나 통증, 그 감정을 100% 느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환자분들을 만나왔다고 해도, 제가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고, 같은 수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마다 느끼는 고통과 감정의 크기는 천차만별이기에 저희는 절대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해합니다." 라는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 말은 전문가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영혼이 없는 표현' 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환자분들을 화나게 할 수도 혼이 날수도 있습니다. 그 대신 전문가님은 이렇게 반응하신다 하셨습니다. "듣고싶어요." 저희도 간호사로써 화가 나고 힘든 환자분들에게 굉장히 자주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Tell me how you feel." "I'm listening." "Let me hear what you feel right now." "Please share what you are feeling." 전문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이 '아, 이 사람이 정말 내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구나.' 라는 감정을 직접 느끼고 전달 받을 수 있어야 하지, 그저 무턱대고 "이해합니다." 라는 말을 했다가는 오히려 아무말을 안한 것보다 더 못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해합니다" 라는 말은 반대로 정말 아무 감정이 없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3. "나오세요."

     전문가님은 이 말이 급하게 해결책만 제시하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기어라고 하셨습니다. 간호사 입장에서는 이 협상 전문가님이 위기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나오세요." 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 맥락의 말이 "You are okay."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일하면서 보고 겪고 느낀 것으로는 많은 간호사들이 환자분들을 약간 아기 대하듯이 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사실 환자분들은 지금 이 글을 쓰는 저와 현재 제 글을 읽고 계시는 분과 같이 병원 밖에서 각자의 삶이 있고, 일이 있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인데, 병원에서 간호사 대 환자로 만나게 되면 환자분들은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고, 그런 환자분들을 케어하다보면 간호사들이 전혀 나쁜 의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차마 자신의 말투에 깊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환자분들께 아이를 대하는 듯한 저런 말투가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전문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환자들도 '아. 지금 내 감정이나 고민따위는 상관이 없구나. 그냥 이 상황을 끝내고 싶구나.' 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로 먼저 접근 한 후에 해결책을 제시하기, 즉 간호사 입장에서 보면 환자분이 현재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그로 인해 지금 어떤 감정이고 어떤 상황이신지를 충분히 듣고 이해를 한 후에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을 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 대화의 끝에서 유재석님은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의 기술.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 라고 설명을 하셨는데 저도 그 표현에 백번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는 간호사로써 단순히 약을 투약 한다거나 드레싱을 바꾸는 것보다 환자와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무언가 복잡하고 힘든것이 아니라 단순히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대화의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난다고 나타납니다.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인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의 기술. 우리도 간호사로써 잊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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