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NursingMentor_Sophia
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요즘 저희 병원은 새로 실행한 차팅 시스템 (EPIC) 과 더불어 병원 소속 직원들 관리에 정신이 없답니다. 덕분에 저희도 굉장히 바쁘구요ㅎㅎ. 과연 저희 병원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요?
저희 병원 간호사들은 현재 non-union 상태입니다. 한국말로 union 은 '노동조합 (혹은 노조)'라고 하죠. 즉, 저희 병원은 간호사들은 노조 연합이 없고, 특정 병동들의 unit clerk 이나 병원의 키친 스탭 그리고 housekeeping 은 노조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병원 내에 또 다른 부서 직원들도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고, 같은 노조가 간호조무사나 간호사들에게도 같은 노조 가입을 하게 하려고 접근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원측에서는 소속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을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정보를 주고자 노조 관련 변호사들을 스카웃해서 현재 병원 소속 모든 직원들을 한 시간의 노조 관련 미팅에 참석시키게 하고 있답니다. 저도 사실 이 미팅 전에만 해도 간호 연합 노조가 있는 병원에 들어가면 10년 근무 시 은퇴 후 노조를 통한 연금이 나오고, 병원에서 직접적으로 노조에 소속된 직원을 관리하거나 해고 시킬 수 없다는 부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이 자신의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이번 미팅 후에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서 이 곳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노조의 스카웃 방식
이 부분은 몇년 전에 또 한창 노조에서 저희 병원 간호사들을 포섭(?) 하려고 할 때 대충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는 부분이었는데요, 노조의 스카웃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위에 미리 언급했듯이, 현재 저희 병원 다른 부서들이 이미 소속이 되어 있는 노조에서 저희 병원 간호조무사와 간호사들도 가입을 시키려고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 방식이 어떻게 보면 참으로 교묘합니다. 노조에 가입을 하게 되면, 자신이 받는 주급이나 월급에서 5% 내외의 돈이 회원비처럼 매번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이 비용을 면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의 다른 직원들을 노조에 가입시키게 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정당하게 노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거나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문제는 "우리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노조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여기에 사인을 해. 그럼 정보를 알려줄게." 라는 식으로 마치 단순 정보 공유를 위한 리스트 인것처럼 사인을 요구 하고, 사실 그 리스트 밑에는 아주 작은 사이즈로 "나는 노조 가입에 찬성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요구함." 라고 쓰여있다는 겁니다. 그걸 다 읽지 못하고 사인을 하는 분들이 많고, 결국 그렇게 사인을 하게 되면 그 부분을 알았던 몰랐던 노조 가입에 찬성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더 놀랐던 부분은, 만약 저희 병원의 간호사가 1,000명이라고 하면, 노조는 저희 병원의 간호사들이 노조 연합을 원하니 정식으로 투표를 요청한다며 병원에 컨택하기 위해서 단지 300명의 간호사들, 즉 총 간호사 수의 30%의 사인만 받으면 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는 전혀 모르는 사이에 찬반 투표가 진행되고, 만약 찬성이 나온다면 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병원과 노조가 어떠한 네고를 하고, 노조 연합 소속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원하지 않아도 제 월급에서 매번 그 노조에 돈을 내야 하고, 그걸 원하지 않으면 이 병원 자체를 떠나야 하는 방법밖에 없는것이죠.
2. 노조의 투표 방식
만약 노조가 저희 병원 간호사들의 30% 의 사인을 받고, 정식으로 투표를 진행하게 될 시에, 병원의 전체 간호사들이 노조 가입에 찬성을 한다는 결과를 얻으려면 투표를 한 인원의 50% + 한 표 만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1,000명의 간호사들 중에, 300명이 넘는 간호사들이 고의던 실수였던 노조 가입 찬성에 사인을 하고 투표를 진행할 시, 만약 10명만 투표소에 나타났다면, 노조 가입에 찬성을 하는 간호사가 6명만 되도, 병원 전체 간호사들 1,000명 모두가 노조 가입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이 유니언/노조의 스카웃 방식과 투표 방식을 충분히 설명해주며, 그들이 먼저 우리 병원 직원들에게 접근을 한 이상, 우리는 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지는 우리 직원들에게 충분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미팅을 한 것이었습니다.
3. 노조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사실 이 미팅의 특성 상 저희 병원측에서는 노조의 장점을 홍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예전부터 들었거나 노조 소속 간호사로 일했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면, 우선 노조의 대표적인 좋은 점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의료 보험비를 아예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매우 낮다는 점 (미국은 이 보험이 참 문제죠ㅠㅠ),
2) 10년 넘게 근무 시 은퇴 후 연금이 나온다는 점,
3) 병원에서 무리한 요구나 정당치 못한 해고를 이야기할 때 마치 나의 변호사처럼 노조가 날 백업해준다는 점
제가 예전에 학교 실습으로 저희 병원의 한 병동 매니저를 몇 주간 쉐도잉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노조의 네고 현장을 처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매니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미리 오프 신청을 한 unit clerk 에게 크리스마스 이브 오프는 해줄테니, 병원 원칙상(공휴일 당일이나 이브 하루는 반드시 출근을 해야함) 그럼 크리스마스에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했고, 그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던 unit clerk 은 노조내 대변인을 데리고 와서 매니저와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노조에 대한 제 첫 인상은 정말 험악한 분위기였습니다. 매니저측에서는 대화를 하고 서로 타협해나가자고 하는데, 노조 대변인측에서는 '무조건 우리 노조 소속 직원이 원하는 걸 다 해줘라, 안 그럼 노조 전체에 대한 반항이다' 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대로 노조의 대표적인 나쁜 점들은 이와 같습니다:
1) 회원비를 내야 한다는 점
2) 노조에 가입할 때 약속했던 부분들을 노조는 지켜야 할 의무가 없고, 지킨다고 해도 그 시기는 정할 의무가 없다는 점
3) 노조를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보일 시 노조측에서 개인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점
4) 모든 휴가나 오프 요청은 무조건 seniority 에 따른다는 점 (이건 사실 경력자분들은 좋아하는 부분이겠죠?)
5) 병원에 인력이 모자를 경우 현재처럼 오버타임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아도 오버타임을 무조건 해야한다는 점 (being mandated)
4. 병원이 노조를 원치 않는 이유
전 노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을 당시에 병원이 노조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병원 직속 직원들처럼 컨트롤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팅을 들어보니 그건 단순한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을 하게 되면 병원에서는 함부로 누군가를 해고하지 못하는데 문제는 그러다보니 병원 서비스의 퀄리티 자체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12시간 근무시간 동안 한번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이 곳 저 곳 뛰어다니며 일을 하는데, 내 동료는 계속 컴퓨터나 핸드폰을 하며 진짜 최소한으로만 일을 하지만 그것이 문제 되어지지 않고, 해고도 절대로 당하지 않는다면 결국엔 누가 계속 열심히 일을 하고 싶어할까요? 병원측에서는 노조 소속이 되기 전과 된 후의 병원의 케어 퀄리티에 관한 통계 자료들을 제공했는데, 노조 가입 후에 그 레벨이 확연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게 된다면 정말 일할 맛(?)이 나지 않는 근무환경이 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런 노조가 있기에 캘리포니아에서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법적으로 안전하게 정해져있고,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도 간호사의 위상을 높이는데 뉴욕 연합 간호사 노조의 역할이 상당히 컸습니다. 노조 소속 병원에서 일해보지 않은 저는 사실 이 미팅으로 노조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왔습니다. 연금이야 누구나 받고 싶겠지만, 10년동안 정말 싫은 동료들과 억지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현재 저는 노조 자체가 양날의 검 같은 존재인 것 같은데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로그인 없이도 남길 수 있는 하트와 댓글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된답니다 :)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NursingMentor_Sophia
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미국 간호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소아 정신병원 이야기 2 (+ 간호사 첫 직장에서 3주만에 짤린 썰) (0) | 2021.05.28 |
---|---|
미국 소아 정신병원 이야기 1 (+ 간호사 첫 직장에서 3주만에 짤린 썰) (0) | 2021.05.27 |
화이자 SVP/CMO 가 생각하는 믿음의 기본 (0) | 2021.04.26 |
유퀴즈 인질 협상 전문가와 간호사의 대화법 (0) | 2021.04.19 |
우리는 환자의 가족이자 선생님이자 변호사 (0) | 2021.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