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NursingMentor_Sophia
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오늘도 제 블로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은 바로 이 전 포스팅 (미국 소아 정신병원 이야기 1)과 연결해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일주일간의 소아병동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청소년 병동으로 출근을 하는 첫 날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은 말이 좀 통하니 정신적으로 약간 더 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저만의 크나큰 착각이었습니다.
1. 처음 병동을 들어가서 만난 환자는 고등학생 나이의 여자아이였습니다. 그 친구는 제가 병동에 첫 발을 들이자마자 "어머 예뻐라!!!" 라며 저를 향해 달려들었고, 제 옆에 있었던 프리셉터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우리 이렇게 아무나한테 다가가서 막 만지면 안된다고 얘기했지? 다시 인사해보자." 라며 진정시켰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침착하게 악수를 하고, 그러면서도 "진짜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제일 예뻐요!" 라며 크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네가 더 예뻐, 얘" 라고 인사를 하니 "정말요? 제가 그렇게 예뻐요?" 라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고, 저 또한 진심으로 그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몇일 후 출근길에 이 아이가 면회를 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출근을 하는 루트 상 항상 병원 로비를 지나치게 됐는데, 그 곳은 청소년 환자들이 면회를 하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는 어떤 여성분과 마주 앉아있는 상태였고, 저는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그들의 대화내용을 듣게 되었습니다.
"엄마, 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어요. 그리고 엄마는 항상 내 몸에 안 맞는 제일 작은 사이즈만 사오잖아..."
"넌 이 사이즈를 입어야 돼. 이걸 입어야 예뻐."
그 말을 듣고 숨이 턱 막히는 순간, 그 아이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You don't love me for who I am!" ("엄마는 날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지 않아!")
그렇게 뛰쳐나간 아이는 몇일 동안 자기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모든 면회를 거절하면서, 이미 앓고 있었던 강박증이 훨씬 심해져서 결국 전문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2. 청소년 병동의 첫 출근 날, 507호를 특히 조심하라는 말을 몇번이고 들었습니다. 아침도 안 먹고 늦잠을 잔다길래 언제쯤 얼굴을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점심쯤이 되자 똥머리를 하고 낙낙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중학생 정도의 여자아이가 나왔습니다. '아 저 아이가 507호구나.' 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이 아이는 이미 공용공간에 나와있던 다른 아이를 쳐다보더니 "뭘 봐 이 @$)(&@#( 야!" 라고 욕을 하며 갑자기 주먹을 날렸고, 결국 이 아이는 자신의 방에서 나옴과 동시에 바로 격리조치를 당했습니다.
3. 청소년 병동에는 병동당 샤워실이 한개씩 있었는데, 이 안에는 일반 건식 미국 화장실과는 다르게 욕조에 샤워커텐이 없고, 동성의 간호 조무사가 꼭 샤워실 안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룰이 있었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상황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 알고보니 청소년 병동에서는 샤워 커텐으로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한 케이스가 있었고, 샤워 커텐을 없앤 이후에도 가지고 간 옷가지, 수건, 몰래 가지고 들어가는 이불 등등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케이스들이 종종 있어서 결국에는 동성의 간호 조무사와 동행해야만 샤워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프리셉터는 아이들이 새로 온 스탭들에게 종종 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환자 혼자 샤워실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된다며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4. 이번 케이스는 제가 3주만에 병원에서 해고된 이유와 직결된 상황입니다. 청소년 병동들 중에는 두 병동이 문 하나로 연결된 곳이 있는데, 보통은 그 문이 잠겨있지만, 두 병동의 환자수가 적을 때에는 그 문을 열어놓아서 스탭들과 환자들이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날은 병동들 사이의 문이 열어져 있는 상태였고, 한 쪽 병동에서는 제 오리엔테이션 동기가 병실내에 사지가 결박이 된 남자아이 환자를 1:1로 관찰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이전에 언급했던 507호와 다툼이 벌어져서 폭력성으로 사지 결박이 된 상태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그 어떤 일이 발생하건 담당 스탭이 그 병실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하거나 방을 떠나야 할 이유가 있을 때에는 병실 내 전화이나 알람을 이용해서 병실을 떠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던 도중 반대쪽 병동에서 또 다른 패싸움이 발생했고, 이 동기는 그들을 말려야된다는 생각만으로 그 병실을 빠져나오게 됩니다. (*다소 충격적인 상황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아이에게 아직도 억한 감정이 남아있던 507호가 상황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자신과 싸우고 사지가 결박된 아이의 병실로 몰래 들어와서 가지고 온 연필로 그 아이의 온 몸을 있는 힘껏 찔러댄 것입니다. 싸움소리가 워낙 커서 이 아이의 비명소리는 묻혀버렸고, 507호가 반대쪽 병동에 있는 자신의 병실로 돌아오고 나고도 한참 후에야 아이의 상태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바로 보건부에 보고되었습니다. 이미 이 전부터 (*다소 충격적인 상황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 남자 간호 조무사가 미성년자인 여자 환자와 차에서 관계를 하다 발각되고, 환자가 자주 병원에서 탈출하고, 탈출 환자가 발생할 시 불법으로 병원의 모든 직원들을 퇴근 금지시키는 등 이미 몇 번의 경고를 받고 보건부의 예의주시를 받고 있던 이 병원은, 이 사건 이후로 병원을 한 달 내로 즉시 폐원을 하라는 오더를 받았고, 그 기간 동안 이 병원의 입원 환자들을 다 다른 병원들로 이송되고 직원들도 새로온 직원 순서대로 laid off (경영상 해고) 당했습니다.
저는 이 병원이 한 달 내로 폐원된다는 소식을 들은 날 점심시간에 인사과 부장을 직원 식당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 배식을 받으러 줄을 서 있는 상황이었고, 그 분은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셨는데 절 보시더니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오라고 부르셨습니다. '설마 여기에서 해고 얘기를 하겠어.' 라고 생각하고 그 분께 다가갔습니다.
(음식을 입에 문 채로 쩝쩝거리며) "뭐... 얘기는 다 들었지?"
"병원이 곧 문을 닫는다는거요?"
"응 그래. 그래서 그런데 내일부터는 출근 안해도 돼. 아 지금 그냥 바로 집에 가도 돼."
"지금요? 이 상황에서요?"
이 대화를 할 때 인사과 부장 옆에 앉아있던 분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좀 불쌍하네. 근데 우리 점심 먹는데 빨리 마무리 좀 하지...'
사회 생활을 제대로 안해본 어리버리한 상태였던 저는 뭔가 이상한것 같은 느낌에도 더 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몰라서 그렇게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만약 현재 저에게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전 우선 제대로 인사과 사무실에서 면접을 요청할 것이며, 원래 스케줄 되었던 날짜까지 주급을 지급하라고 요청을 하고, 그 후에 경영상 해고에 해당하는 실업 급여 수급을 받기 위해 병원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했겠죠. 하지만 그 당시의 저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했고, 주변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도 몰랐답니다. 이 병원을 추천해준 선배는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며 자신이 가게 될 다른 정신 병원에 같이 연결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저는 더 이상 정신과보다는 다른 곳을 더 배우고 싶었고, 다행히 다른 선배의 추천을 받아 외래 소아과에서 면접을 보고, 그 다음주부터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병원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다 싶이 제 이력서에 있지도 않고, 제 기억에서도 거의 사라져 있었던 병원입니다.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 병원 이름도 기억이 안나서 몇 번 구글링을 해 찾아보니 병원 건물도 이미 다 철거가 돼서 지도에서는 병원터만이 보이네요. 응급실에서도 많은 정신과 환자들을 마주했지만 3주간의 소아 정신 병원에서의 시간은 건강한 주변 환경과 올바른 어른들의 존재가 소아와 청소년기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모든 일들은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고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비록 즐겁지 못한 경험이었지만, 제 간호 커리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도 은연중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포스팅은 절대 미국 소아 정신 병원의 이미지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제가 간호학생으로써 실습 나갔던 다른 어른/소아 정신병원들은 잘 정돈되고, 정확한 스케줄에 스탭들도 매우 프로페셔널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각자에게 알맞는 병원에서 올바른 치료를 받고 퇴원을 한 환자분들의 이야기도 나중에 종종 듣게 되었구요. 전 오히려 제가 일했을 때 이런 병원이 문을 닫는 것을 보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포스팅을 읽으시는 분들 중 현재 일하시는 병원이나 옮기려고 알아보는 곳의 느낌이 '뭔가 아니다...' 라고 쎄하시면 그 본능을 믿으시라고 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 이 병원에 첫 발을 디딘 날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간호사로써의 첫 직장이라 무조건 잘지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제 판단력을 흐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나름 좋게 해석하자면, 돌이켜보았을 때 절대 잊지 못할 인생 교훈들을 얻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로그인 없이도 남기실 수 있는 공감 하트와 댓글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
인스타그램 @NursingMentor_Sophia
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미국 간호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간호사 10년차에 항상 지키고 있는 것들 (2) | 2021.06.13 |
---|---|
온콜 당직 온콜 근무 간호사 (on-call) 의 모든 것 (2) | 2021.05.30 |
미국 소아 정신병원 이야기 1 (+ 간호사 첫 직장에서 3주만에 짤린 썰) (0) | 2021.05.27 |
간호사로 연금 받기 가능합니다. 그 가치는...? (2) | 2021.05.21 |
화이자 SVP/CMO 가 생각하는 믿음의 기본 (0) | 202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