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미국 간호사 10년차에 항상 지키고 있는 것들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1. 6. 13. 03:14
반응형

인스타그램 @NursingMentor_Sophia

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지금의 간호사가 되기까지 많은 영감을 준 제 선배 간호사들의 조언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운이 좋게도 항상 좋은 프리셉터분들 밑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 중에 제 기억에 제일 남으면서 지금 저의 간호사 생활과 윤리에 밑바탕이 되는 세가지 조언들을 공유합니다. 

     1. Do not rush. You can only do so much. (서두르지 말아라. 네가 모든 걸 할 순 없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간호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다 그러겠지만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정신이 없죠. 세상에 제일 바쁜 업무들이나 환자들은 다 내 담당인 것 같고, 아무리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열심히 하는데 왜 못하는 업무들이 더 많은지... 그러다보니 마음만 더 급해지고, 그러다보니 실수도 더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 간호사로 일한 곳은 외래 소아과였는데요, 의사선생님이 네 분밖에 안계셨지만 꽤나 유명한 소아과라서 웨이팅룸에 대기인원이 없는 시간이 없었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있으니 아이들이 지치지 않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빠르게 일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절 지켜보던 제 프리셉터가 해준 말씀이었습니다.

"Don't rush. You have one body, and you can only do so much."

   처음에는 저 말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니까. 내가 몸이 하나밖에 없는데 이렇게 일이 많으면 그럴수록 더 빨리, 많이 일해야 하는 것 아니야?'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저 말씀을 잘 이해하고, 감사히 새겨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는 것빨리빨리 서둘러 일을 처리하려는 것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죠.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아무리 일이 많아도 오히려 마음을 차분히 다지고 하나하나 먼저 생각 후에 행동을 옮기다보니 오히려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을 때보다 효율성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북적거리는 바쁜 응급실에서 일했을 때도 저는 순간 내가 너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잠시 널싱 스테이션에서 멀찍히 떨어져서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보고, 어떻게 상황을 처리해야 제일 효율적인지,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간호조무사에게 delegate (위임) 할 수 있는 태스크들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부탁을 하면서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효율성 있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2. You have to take care of yourself first.  (네 자신부터 챙겨라.)

     이 말은 제가 병동에서 일했었을 때 들었던 조언입니다. 제 직속 프리셉터는 아니셨는데 같은 병동에서 일하면서 항상 새내기였던 저에게 먼저 웃으면서 인사해주시고, 저와 얼굴이 마주칠 때마다 필요한 건 없는지 도와줄 수 있다며 저에게 심적으로 많은 도움되었던 선배 간호사셨습니다. 함께 일하는 쉬프트 성격상 이 분과 점심시간을 공유하는 날들이 많았는데, 점심식사는 커녕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갈 정도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저는 언제나 때가 되면 항상 여유있게 점심 식사를 하고 계시는 이 분의 비결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심지어 어느 때는 저보다 담당 환자들이 많았는데도 이 분은 여유를 잃은 적이 없었습니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헐레벌떡 일하고 있는 저를 가만히 지켜보시던 선배 간호사께서 저보고 잠시 앞에 앉아보라고 하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You have to take care of yourself first. They can wait." 

    "아니 그게 무슨말입니까. 지금 투약해야하는 약들도 이렇게 많고, 지금 수술실에서도 계속 연락오고, 또 어드미션 받아야하고 정신없는 상황인거 아시잖아요. 거기다가 환자들보고 기다리라고 하라니. 이게 무슨 얼토당토 않은 말씀이신지...?"

     그러자 그 선배 간호사는 제 모습이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린 지금 전쟁통이 아니라 입원 병동에 있고, 우리 병동에는 현재 1분 1초 단위로 생사를 오가는 환자가 없고, 항생제 5분 늦게 걸어도 괜찮고, 우리가 여기 있어도 우리 환자들을 챙겨주는 우리 팀원들이 있고 그들을 믿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바빠도 잠깐 5분동안 편하게 화장실 갈 시간들, 최소 30분동안 편하게 식사를 할 시간은 챙길 수 있는 것이라며 내 자신을 잘 돌봐야 환자들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것이라고 다시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보 간호사였던 저는 제 자신을 못 믿고 했던 일을 계속 반복해서 확인하는데 시간을 쓰고, 남들을 믿지 못해서 제 자신을 챙겨줄 생각이나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정말 1분 1초 단위가 중요한 심장마비 환자나 뇌출혈 환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트라우마 환자들을 케어할 때는 누릴 수 없는 럭셔리이였지만, 그 외의 시간들은 응급실에서 일하면서도 제 자신을 먼저 케어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만들어나가는데 이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 Listen to the patient.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이 부분은 제 두번째 프리셉터 선생님의 조언이셨습니다. 경력이 좀 있는 의료진들은 환자들이 하는 말에 귀를 안 기울이는 경우가 꽤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정맥 주사를 잡을 때 경험상 왼팔보다 오른팔이 더 잘 잡힌다고 하는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내가 경력이 몇년인데~~ 나 수액 라인 어느 팔이든 잘 잡아요~" 라고 자만하면서 왼팔만 고집하며 환자를 고생시키는 경우, 환자가 복통을 호소했지만 자신이 보통 신장결석일 때 특이하게 이런 타입의 복통이 온다는 환자의 말을 안 듣고 복부 검사만 진행하는 경우 등등 자신의 경력을 믿으며 환자들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환자분들이 자신의 증상이나 예전 경험들을 얘기하며 특정 사항을 요청하실때마다 환자분의 몸은 환자분이 제일 잘 아는게 당연하다며 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 환자분들의 요청대로 진행합니다. 그러면 전체적인 프로세스도 훨씬 수월하게 되고, 무엇보다 환자분과의 rapport 형성이 잘 되며 환자의 신뢰를 받게 됩니다. 물론 이런 저를 이용하려는 환자들도 몇몇 있었는데, 내가 간호사로써 정확히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런 분들이 선을 넘지 않도록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 확실하게 구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받은 조언들 중 제일 마음에 새겨지고 현재 나의 간호사 생활에 영향을 많이 끼친 조언은 무엇인가요? 로그인 없이도 남길 수 있는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 제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다면 하트도 살포시 눌러주세요 :)

오늘도 제 포스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국 시간으로는 매주 토요일, 한국 시간으로는 매주 일요일마다 새 포스팅이 올라옵니다. 

인스타그램 @NursingMentor_Sophia

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