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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D 오늘은 제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제일 어이가 없었던 에피소드를 공유하려고 합니다ㅎㅎ 저의 예전 "미국의사와 간호사의 관계" 포스팅에서 살짝 써놓았던 이야기이도 한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지어지는 일이랍니다.
우선 미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throw under the bus 라는 숙어를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직역하자면 "버스 밑에 내던지다." 라고 나오겠지만, 실제로는 "덤탱이 씌우다" "희생시키다" "누명씌우다" 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My coworker just threw me under the bus to cover up his mistakes!"
("내 직장동료가 자기가 한 실수를 무마하려고 날 희생시켰어!")
"Sorry, I threw you under the bus. I was scared that my dad was gonna kill me."
("너한테 덤탱이 씌워서 미안해. 아빠한테 죽을만큼 혼날까봐 무서웠어.")
보통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놀릴 때도 많이 쓰이는데, 저는 실제로 이 상황 때문에 병원에서 큰 문제가 일어날만큼 심각한 일이었어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딱 이 표정이었어요.
제가 응급실에서 일 할 당시의 에피소드입니다. 그 날은 제가 응급실 입구쪽에 앉아서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들의 치료 우선 순위를 분류하는 triage 담당인 날이었습니다. 저희 병원 구조상 triage 간호사 옆에 환자에게 필요한 오더를 바로 내려주기 위해 함께 의사도 배정되어있는데, 그 날의 의사는 다혈질이긴 하지만 꽤나 호탕한 성격이라 평소에 저와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지내던 의사였습니다.
몇시간 동안 함께 일하면서 응급실에 접수된 환자들을 한명씩 인터뷰하고 있는데, 갑자기 20대의 젊은 남성이 왼쪽 가슴을 움켜쥐고 가슴 통증이 너무 심하다고 엉엉 울며 급하게 응급실로 뛰어들어왔습니다. '저 정도의 가슴 통증은 STEMI (심근경색) 일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아무 말 안하고, 그 전에 와서 대기하고 있던 환자들을 다 제치고 바로 그 환자를 데려와서 기본 정보를 취합하고 기본 어세스먼트 및 EKG 를 실행하였습니다.
Portable EKG 를 한 순간 화면상에 "ACUTE MI" 라는 문구가 떴고, 저는 그렇게 프린트된 EKG 서류를 옆의 의사에게 건네주며 "Heart stat" 알람을 부를것이냐 물었습니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STEMI 인 경우 병원 전체에 어나운스되는 Heart Stat 알람을 켜서 응급실에서의 최소한의 응급 조치 이후에 바로 환자가 3층의 Cath lab (심혈관조영실) 에 이송돼서 긴급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cath lab 팀의 셋업을 요청하는 시스템입니다.
그 의사는 EKG 서류를 잠깐 쓱 보더니 저에게 "Heart Stat" 을 불러달라 요청하였고, 저는 바로 병원 전화 교환원에 전화를 해서 Heart Stat 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요청하는 통화 도중 갑자기 그 의사가 저에게 다시 오더니, 이 환자 예전 EKG 와 비교를 먼저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시 알람 요청을 홀드하고 그 의사에게 재차 물어봤습니다.
"마침 지금 통화중이니까 heart stat 캔슬하실거면 지금 말하면 돼요. 캔슬하실거예요?"
그러자 그 의사는 한 1초 고민하더니 아니라고, heart stat 을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곧 병원 전체에 heart stat 알람이 울려퍼졌고, 환자의 EKG 서류는 cardiologist 에게 바로 팩스로 보내졌습니다. 환자를 cath lab 이송 준비를 시키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cardiologist 에게 전화가 와서는 이 환자 담당 의사를 요청했습니다. Heart stat 을 부른 의사에게 전화를 바꾸니,
"이건 true STEMI 가 아닌데 왜 heart stat 을 불렀냐!!"
며 그 cardiologist 는 스피커폰이 아니었는데도 같이 방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 의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해댔습니다. 그러자 저보고 heart stat 을 부르라고 했던 의사가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갑자기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아, 내가 결정한게 아니고 간호사가 부른거예요."
그야말로 he threw me under the bus. 저에게 누명을 씌운거죠. 이전 다른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Rapid Response & Code) 특정 병원 전체 알람은 의사만이 결정해서 울릴 수 있고, 전 그저 평소와 같이 이미 정해진 의사의 의견을 전하러 전화통화만을 했던 것뿐인데, 그 의사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저에게 저런 누명을 씌운 것입니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응급실 담당 매니저는 물론 그 위 상사들까지 이 상황은 리포트가 되었고, 그 의사는 무조건,
'저 간호사가 혼자 결정을 해서 단독적으로 그 알람을 울린 것이다.'
고 똑같은 거짓말만 반복하였습니다. 저는 제 담당 매니저는 물론, 그 윗 상사들까지 이메일 리스트에 포함해서 그 당시 상황이 정확히 어땠는지, 그 방 안에 저와 의사, 환자 말고 누가 또 있었는지, 그 스탭이 정확히 무엇을 들었으며, 몇 시에 알람 담당처에 전화를 했고, 통화중에 의사가 어떤 말을 했는지, 캔슬할것이냐 물어봤을 때 의사가 캔슬하지 말고 알람을 울리라고 한 대답까지 하나하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병원 전화 시스템상 저 알람 요청 통화 당시의 대화내용은 다 녹음이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원래는 이 사안에 대해서 전체 미팅을 하기로 했던 상황이었는데, 제 이메일 후에는 그 의사만 불려 올라가게 되었고, 저는 몇일 후에 저의 응급실 담당 매니저에게,
"You are a great nurse."
라는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그 이후로 그 의사는 저에게 미안했다고 사과를 했지만, 진심어린 사과로 느껴지지 않았고, 그 의사는 더 이상 저와 함께 같은 구역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아했으며, 저도 흔쾌히 그 의사와 함께 일을 하지 않으며 각자 응급실 생활을 했습니다.
원래도 기록을 중요시하게 여겼던 저였지만, 이 이후로 전 모든 상황, 특히 의사와의 대화들은 무조건 토씨 하나 빠짐없이 기록을 해놓습니다. 어쩔때는 그냥 정확히 의사가 뭐라고 말을 했는지 따옴표를 써서 그대로 써넣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어이없이 저렇게 희생 당하거나 누명을 당하는 일이 있을텐데 아무리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자신감이 없더라도, 내가 한 잘못이 아닌 것은 당당하게 맞서싸워야 하고, 또 혹시나 모를 상황을 위해 내 실력은 키우고, 정확히 알아야 하는 점들은 잘 구별 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알아야 하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은 나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이 포스팅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은 저처럼 억울한 누명을 받는 일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에 하나 재수가 없어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잘 해결해나가실꺼라 믿습니다. 이번 한 주도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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