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불안증 환자들과의 소통법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1. 6. 2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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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NursingMentor_Sophia

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소셜미디어를 즐겨하시나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 곳에 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즐겨했지만, 요즘에는 여러 작가님의 인스타툰을 즐겨보는 재미로 인스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는 여러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으시지만 전 그 중에서 수세미 작가님의 '망생일기' 를 참 좋아한답니다 (@soosemi_diary). 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써 입봉길에 오르시기까지의 특별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평소 반려묘들과 그리고 주변 분들과의 일상툰을 따뜻한 그림체로 공유해주셔서 항상 수세미 작가님의 웹툰을 볼 때마다 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세미 작가님의 웹툰들중에는 따로 저장을 해둘만큼 마음에 콕 박힌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전 그 중에서도 이틀 전에 작가님이 올려주신 작가님의 인생의 모토가 담겨있는 에피소드를 특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첫 장은 이동진 작가님의 "밤은 책이다" 라는 구절을 공유하며 시작됩니다. 

"한 책에서 본 뒤로 내 인생의 모토가 된 말이 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 이동진 <밤은 책이다>.'".  

     작가님이 직접 당신을 표현하신 것처럼 저도 '사서 걱정요정' 에 '예민보스' 라서 이 구절이 특히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대부분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고 하지만, 저는 성격상 미리 계획해서 머릿속에 정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서프라이즈를 싫어하기 때문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ㅎㅎ 하지만 그러다보니 점점 머릿속이 과포화 상태가 되어가고 걱정이 쌓여서 불안감으로 변하게 되고, 이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되는지 더 고민이 될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남편이나 친구들이랑 맛집 투어, 강아지들 발바닥 꼬순내 맡기, 엄마와 수다, 여행 가기 등 간단하게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는 단순한 성격이라서 불안감이 길게 가지는 않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만나 본 환자분들 중에는 그 증세가 매우 심해서 '불안증' (Anxiety) 으로 입원을 하시기도 하고, 아니면 전혀 다른 수술을 하러 오셨다가 그 증세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그 환자분들은 단순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하셨는데요, 제가 정신과 전문 간호사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많은 환자분들을 만나오면서 조금이라도 그 분들과 소통을 하는데 도움이 된 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는 정신과 전문의나 정신과 전문 간호사가 아니고, 증세와 소통 방법은 사람들마다 다르기에 누구에게나 통하는 100% 마법은 없다는 점 기억해주시고, 그저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환자분과 저의 소통에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을 나누기 위한 포스팅으로 읽어주세요. 

1. 환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들은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우리는 의료인으로써 환자를 대하면서, 저 분이 그저 한 명의 "환자" 나 "503호" 가 아니라, 한 "사람" 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특히 불안증이 있는 환자분들은 자신이 컨트롤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 심각한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하다는 조건 하에, 환자가 컨트롤 해도 괜찮은 상황들은 최대한 환자가 컨트롤 해 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뵈었던 분은 심한 편집증 (paranoia) 가 있으신 분이어서 제가 기본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저 "앉아서 얘기할까요?" 라고 물은 단순한 질문에도 굳이 왜 앉아야 하는지, 저 의자에 어떤 폭탄을 심어놨는지, 이 의자에 앉으면 당신들이 얻는 것이 무엇인지, 이 의자는 어디와 도청 연결이 되어있는 것인지 등 저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을 쏟아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가 원하는 대로 응급실 복도 한복판에 서서 서로의 안전을 위한 시큐리티 오피서와 함께 기본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중간중간 환자분이 제가 적은 것을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주고, 펜을 바꾸라고 하면 바꾸면서 평소보다는 오래 걸렸지만 그렇게 제가 필요했던 정보를 잘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일하면서 주변 의료진들이 환자를 대할 때 "나는 의료진이고 너는 환자야." 라는 잘못된 애티튜드를 목격하기도 하는데, 저런 태도는 원래 잘못된 것이지만, 특히 불안증세가 심한 분들에게는 그런 부분이 더 환자와의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점, 그저 작은 상황의 컨트롤을 환자에게 주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분들과 약간이라도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2. 환자가 불안해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의 해결방안을 최대한 도와주기.

     제가 몇일 전에 케어한 환자분은 정형외과 수술을 하신 분이셨는데, 불안증에 강박장애 (OCD) 가 심하신 분이라는 리포트를 미리 받았습니다. 그 분은 받으셔야 하는 수술 특성상 척추 마취를 받으셔야 했는데, 환자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이 상황을 너무 덜덜 떨며 불안해하셔서 결국은 수면 마취를 받으셨습니다. 환자분은 회복실로 들어오자마자 지금이 몇시인지, 6시에 친구가 전화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꼭 6시까지 당신 병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셨습니다. 회복실 입원시간이 5시 반이었고, 아무리 지금 당장 병실 예약을 해도 6시까지 올라가시는 건 힘들다, 친구분이 전화해서 안 받으시면 다시 하실거다, 아니면 우리가 지금 전화를 해도 된다고 설명을 해도, 그 분의 머릿속에는 "6시. 친구전화. 놓치면 안됨." 이 박혀있었습니다. 마침 그 분이 기다리던 친구분이 5시 45분쯤 회복실로 전화를 하셨고, 전 환자분의 동의하에 그 친구분과 통화를 하며 저희가 병실이 정해지고 다시 연락을 드려도 되겠느냐, 그리고 환자분께 6시 말고 환자분이 병동에 들어가면 전화를 하겠다고 말씀해주실 수 있느냐 양해를 구했고, 친구분도 동의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친구분과 통화 후에 환자분은 시간 대신 병동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절차를 하나하나 물어보셨고, 저도 최대한 디테일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병실이 정해졌는데 아직 청소중이라고 떠요."

"청소가 언제 끝나는데요?"

"그건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제 컴퓨터로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니까 청소가 끝나고 병실 옆에 clean 이라는 표식이 뜨면 저는 바로 그 병실로 올라갈거예요."

"바로가 얼마나 걸리는데요?"

"청소가 끝나면 컴퓨터에 차팅 마무리 하고, 친구분께 전화드리고 10분 내로 출발할거예요."

(5분도 안 걸릴 일들이지만 일부러 여유시간을 가지고 말함.)

(병실이 준비되자마자 환자가 시간을 재기 시작. 10분 내로 마무리 후 이동 시작.)

     이 환자분은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에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셨기 때문에 최대한 자세하게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들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고, 확실히 얼마나 시간이 걸릴 줄 아는 일들은 일부러 여유시간을 주고 말해서 환자의 불안감이 조성되기 전에 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3. 인내심을 갖기. 

     정말 단순하지만 정말 힘든 일이 인내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다보니 정말 너무 바쁘고 정신없을 때, 특히 위에 말씀드린 환자분들처럼 평소보다 더 주의와 시간을 요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그저 환자를 몰아붙이며 서둘러 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의료진으로써 꼭 저 상대방이 나와 같은 한 "사람" 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고, 오히려 급하게 서두르는 방식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 환자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너무 힘들 때 잠시 실례한다고 하고 휴게실에 가서 차가운 사과주스를 마신다거나, 밖에 나가서 바깥공기를 들이마시고 오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을 재정비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저처럼 불안증이 심한 환자분들을 케어해보신 경험이 있으시다면 어떤 방식들이 도움이 되셨나요? 아니면 반대로 내게 불안증이 심하게 왔을 때 누군가가 날 더 안심시켜준 특별한 대화 방법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제 미래 환자분들 케어에 반드시 참고하겠습니다. :) 

     로그인 없이도 남길 수 있는 공감하트와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 :) 티스토리 블로그 성격상 비밀댓글을 다셔도 그의 답변 댓글은 공개로 달아야 그 내용이 보이는 점(ㅠㅠ)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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