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내가 만나본 자폐 환자들과 소통방법 (ft. 우영우 / 펭수 / 문상훈)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2. 8. 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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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가 참 핫하죠? 저는 미국에 있는데도 제가 즐겨보는 넷플릭스 추천 쇼로 자꾸 떠서 1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 "우요일" 만 기다릴만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답니다.

     여러분은 주변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Autism) 가 있는 분을 만나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전 간호사로써 첫 직장이였던 소아과에서 그리고 응급실에서 자폐증 환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본 회차는 펭수의 광팬이자 자폐증이 있는 둘째 아들로 문상훈님이 연기한 3화였습니다. 드라마에서 문상훈님은 정말 키와 덩치가 어마어마한 분으로 나오는데요, 실제로 제가 만나본 자폐 환자들 중에는 덩치가 또래에 비해 큰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환자 중에 한명은 만으로 15살, 즉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 2 나이였는데, 이미 키는 190cm 이 넘었고, 몸무게도 100kg 가 넘는 거대한 친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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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앞두고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소아과를 방문한 아이였는데, 이미 이 소아과에서 20년 넘게 일해서 이 아이를 잘 아는 시니어 간호사께서는 저에게 이 친구는 주사를 아주 싫어하고, 이 전에도 몇 번이나 주사를 맞다가 움직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다 같이 힘을 합쳐야 안전하게 접종을 할 수 있다고 미리 귀띔을 주셨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 자주 묘사되다 싶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말 그대로 너무나 넓고 다양한 증상들이 있는 스펙트럼이기에, 자폐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마다 보여지는 증상이나 대화 방법이 다릅니다. 이 친구는 만으로 네 살정도의 지능이 있는 상태였고, 엄마 말을 굉장히 잘 듣는 아이였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어머니께서는 그 아이에게,

"오늘은 엄마가 미리 말했듯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왔어. 너가 주사를 싫어하는 걸 알지만 이건 굉장히 중요한 주사야. 선생님들이 빨리 순식간에 놔주실 테니까 너도 가만히 앉아있어야해. 이거 끝나고 네가 제일 좋아하는 피자 먹으러 가자."

     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그 아이는 의자에 앉아있고, 시니어 간호사 선생님이 그 아이가 일어나거나 발을 움직이지 않도록 무릎 위에 앉고, 담당 소아과 선생님이 오른팔을 잡고, 어머니가 왼쪽 손목을 잡고, 저는 왼쪽 어깨를 잡은 상태에서 삼각근 (deltoid) 에 빠르게 접종을 하였습니다. 접종 후에 이 친구는 아주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지만, 곧 울음을 그치고 어머니와 함께 피자집으로 향했습니다. 

     응급실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두 분 계시는데, 그 중에 한 분은 제 1형 당뇨가 있는 20대 여성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한달에 한번, 항상 새벽 2-3시쯤 응급실에 와서 다른 대기 환자들이 있건 없건 접수처 앞으로 바로 가서 접수처 창문을 쾅쾅 두드리며 "배 아파!!! 배 아파!! 배 아프다고!! 당장 고쳐내!! 배 아파!!!" 를 외쳤습니다. 이 분의 법적 보호자는 아버지였는데, 환자 등록과 치료 동의를 받기 위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면 이미 왜 전화를 거는지 아셨기 때문에 저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조치들은 다 취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항상 똑같은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하고, CT도 찍어보지만 아무런 이상점도 찾지 못하고, 결국엔 제산제를 복용하고나서야 증상이 나아졌다고 하며, 간이침대에서 낮잠을 좀 잔 뒤, 병원에서 잡아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언급할 분은 저희 병원 응급실의 단골 중의 단골 환자였습니다. 병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살았던 자폐증이 있는 50대 남성분이셨는데, 직계 가족이 없어서 사회복지사 (social worker) 가 대리인 (health care proxy)으로 지정된 분이셨습니다. 이 분은 하루에 한번 앰뷸런스를 타고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했습니다. "또 오셨네요. 이번에도 복통이예요?" 라고 물으면 허허 웃음을 지으며 "네. 배가 아파요." 라고 대답을 하고는 필요한 피검사나 소변검사, CT 검사는 다 거부를 했습니다. "그럼 응급실에 왜 오는거예요?" 라고 물어보면 허허웃음을 지으며 "심심해서요." 라고 대답하던 분이셨습니다. 이 분은 필요한 테스트들은 다 거부를 하고, 간이침대에 누워서 사람들 구경을 하다가, 결국 AMA (Against Medical Advice: 거역퇴원) 을 하고 응급실에서 나가고 그 다음날 또 같은 증상으로 찾아오곤 했습니다. 이 분은 특히 땡쓰기빙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공휴일에는 하루에 세 번 정도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그 때 저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I like spending holidays here since you guys are my family." 

"너희들이 내 가족이니까 나는 여기서 공휴일을 보내는게 좋아."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 3월, 이 분은 어김없이 응급실에 매일매일 출근을 했고, 저를 포함한 모든 의료진들은 제발 응급실에 오시지 말라, 너무 위험하다, 이러다가 코로나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 라고 이 분을 달랬지만, 이 분은 허허웃음을 지으며 어김없이 매일매일 아니 하루에 몇번이고 응급실을 찾아오곤 했습니다. 환자 거부를 할 수 없기에 접수는 진행했지만, 응급실에서 코로나에 옮지 않게 최대한 빨리 퇴원시키기를 몇번이나 반복했을까. 평소와 같은 배탈증상과 달리 기침과 고열, 오한 증세로 응급실을 찾아온 이 분은 결국 제가 일하고 있던 코로나 증상 응급실로 배정되었고, 사방에 기침을 해대는 코로나 환자들이 있는 곳에서조차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시더니, 코로나 양성으로 입원, 점점 심해지는 증상에 intubation (기관 내 삽관) 까지 하셨지만 안타깝게도 결국은 돌아가셨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자폐증을 가진 환자들의 가족분들은 정말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환자를 챙기고, 사랑하고, 걱정합니다. 그들의 대화법은 우리가 평상시에 많이 쓰는 대화법과 다르기에 그들과 소통을 하려면 우리가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가 의료인이니까 내가 다 안다.' 라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이 사람에게 특히 잘 통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라는 열린 마음으로 주변에 가족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있다면 그 분들이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시는지 미리 물어보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모두 우리 주변에 있는 우영우에게 '권모술수' 권민우 대신,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나 '고래 친구' 이준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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