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수술 후 산소포화도가 계속 낮을 때 대처 방법 (ft. 자신의 촉을 믿으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3. 1. 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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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뭔가 싸- 한 기분을 느껴보신 적 한번쯤은 있으시죠? 저도 경력이 슬슬 쌓여가면서 이런 촉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내가 뭔가 오버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갔을 때에도, 이 느낌은 무시하면 안되겠다 해서 의사에게 연락을 했을 때도 제 느낌이 점점 맞아가는 상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이전부터 읽어보셨던 분들은 아시다시피 저는 환자가 수술을 마치고 나온 후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케어하는 PACU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마취약" 이라는건 정말 사람들마다 다르게 반응을 해서 약하게는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것에서부터, 갑자기 눈을 뜨자마자 주먹을 휘두르며 간이침대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환자 등 환자들이 어떻게 마취에서 깨어나는지 감히 예측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중에 마취에서 깨어나기 전 제일 보편적인 사인낮은 산소포화도 (Oxygen saturation) 인데요, 보통은 코에 끼는 산소줄 (nasal cannula) 혹은 산소마스크 (nonrebreather mask) 를 끼고 있다가 서서히 의식이 회복되고 시간이 지나면 정상 산소포화도 농도인 94% 이상 아니면 (관련 병력이 있을 경우) 환자의 원래 baseline 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첫 환자로 외래 수술들 중에서도 비교적 간단한 부갑상선제거술 (parathyroidectomy) 를 마친 환자가 저에게 배정되었는데, 다른 병원 수술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분이라고 마취과 쌤에게 리포트를 받았습니다. 보통 "간호사가 제일 케어하기 힘든 환자다 (Nurses are the worst patient.)" 라는 미국 농담도 있지만ㅎㅎ 간호사가 환자면 비교적 의료용어를 자유롭게 써도 이해를 잘 하셔서 개인적으로는 마다하지 않습니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수술이 끝나고 extubate 을 할 때 가래같이 굉장히 thick mucous 가 많아서 석션을 오래 해야했고 (무흡연자), 그러다보니 산소포화도가 34%까지 떨어져서 bagging (Ambu bagging) 을 몇번 했어야 했다고 했습니다. 현재/과거 병력으로는 Asthma (천식) 포함 Bilateral VATS (Video-Assisted Thoracoscopic Surgery / 흉강경병용흉부외과수술) 가 있었고, 리포트를 받으면서 vital sign 을 확인했을 때 흉부가 움직이며 숨을 쉬는 건 확인했지만 room air pulse ox (산소를 투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산소포화도) 가 85% 이길래 2L nasal cannula 를 해드리고 케어를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기침을 하며 가래낀 소리를 내셨는데, 석션을 했을 때 피가 살짝 묻어나오는 thick mucous 였고 양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산소포화도가 좀 천천히 회복되시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환자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직접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낼 정도로 의식이 돌아오고, 핸드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도까지 깨어났을 때에도 room air pulse ox 는 나아지지가 않고 오히려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청진기로 숨소리를 들었을 때 쌕쌕거리는 소리 (wheezing) 은 없고 약간 diminished 하긴 했지만 이 정도야 마취에서 깨어나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Wheezing 이 없었어도 천식 병력이 있었고, 수술 끝나고 ambu bagging 까지 했기에 담당 마취과 쌤에게 연락해 Duoneb 을 처방받아 네뷸라이저를 했는데도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전 담당 마취과 쌤에게 다시 연락을 해 흉부 엑스레이 (Chest X-ray) 를 오더해달라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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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 더 기다려보지 그래요? 나이도 좀 있으시고, 폐 쪽 병력도 있으니까 회복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 같은데..."

"쌤, 지금 두시간이나 넘게 상황 보고 있었어요. 이 정도까지 오래걸리는거면 엑스레이 찍어봐야하고, 엑스레이가 정상이라도 오늘 퇴원은 힘들 것 같습니다."

     보통 마취과 쌤들은 수술 후 흉부 엑스레이 오더하는것을 약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수술 전과 후 기도튜브를 삽입하고 뺄 때 위에 남아있던 잔여물 등이 폐쪽으로 잘못 aspirate 되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이 높고, 그럼 그 의사의 잘못으로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의 엑스레이 결과도 폐렴 의심 소견이 나와서 결국 입원을 하게 됩니다.  엑스레이 결과와 입원 확정 사실을 담당 의사쌤이 환자에게 이야기하자, 이 환자분은 사실 자기가 수술 몇일 전부터 계속 기침이 있었고, 가래도 이틀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수술 날짜를 바꾸고 싶지 않아서 미리 말을 안했다고 자기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사실 전 석션을 계속 하면서 가래에 피비침도 있길래 순간 '결핵'인가, 그럼 나 포함 수술실에서 이 환자를 인튜베이션했던 마취과쌤, 수술실에 있던 모든 분들은 격리를 해야하나 걱정을 했는데 그나마 마일드한 폐렴이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가 케어하기 힘든 환자라는 것이 마냥 농담이 아닌 이유...1) 

     수술 후 산소포화도가 낮을 때 대처 방법들을 정리해보자면:

1. ***환자의 흉부가 움직이며 숨을 쉬는 지 확인*** 가끔 마취가 굉장히 깊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기도 튜브를 extubate 했을 때, 혀가 기도를 막았을 때, 턱이 매우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환자들일 때 등 몇몇 상황에서 환자에게 무호흡 상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우선 흉부가 움직이고 숨소리가 나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흉부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바로 마취과 쌤을 콜합니다. (경력이 좀 쌓이거나 본인이 익숙하다면 Jaw-thrust maneuver 를 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2. 환자의 숨쉬기를 확인 한 후에는 포화도에 따라 알맞은 산소줄이나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의식이 좀 더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3. 환자가 의식이 돌아와서 대화가 어느정도 되는 상태에서도 산소포화도가 낮은 경우는 기침을 유도하거나 Incentive Spirometer (강화폐활량계) 를 제공합니다.

4.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도 (수술 종류, 마취방법, 마취약 용량, 환자의 수술 전 상태 및 병력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이 시간은 달라집니다.) 차도가 없으면 마취과 쌤에게 연락해 상황 설명을 하고 증상에 따라 네뷸라이저나 흉부 엑스레이 등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오더를 직접 요청하거나, 정확히 이유를 잘 모르겠을 경우에는 마취과쌤에게 직접 회복실에 오셔서 환자 상태 체크해달라 요청을 합니다.

     전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을 해보진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꽤나 수평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가끔 간호사를 깔보는 의사들도 가끔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성격이고, 대부분은 간호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직접 환자 케어를 해줌에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거나 실력이 생기면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촉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 느낌을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 제가 좋아하는 영어 표현 중에 "Better safe than sorry." 가 있는데 이 말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는 뜻으로 제가 담당 의사들에게 자주 써먹는 관용구입니다ㅎㅎ. 환자의 눈과 입이 되는 저희가 환자를 위해 케어할 때, 특히 환자가 마취에서 막 깨어나며 의식이 아직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 우리는 그들의 보호자로써 적극적으로 환자를 대변할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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