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미국 생활: 빽이 아니라 네트워킹. 낙하산이 아니라 능력자.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0. 8. 7.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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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문의 RNMentorSophia@gmail.com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미국을 오기 전, 한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아르바이트 경력정도만 있었던 저로써는 "낙하산" 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물며 드라마를 보더라도, "저 사람 낙하산이잖아~" 라며 다른 직원들이 눈을 흘겨 바라보고, 당사자는 굉장히 부끄러워하거나 아무말 못했던 장면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미국을 와보니, 미국은 누가 누구의 소개로 들어왔다 하면 "낙하산" 이라는 인식보다는 네트워킹을 잘하는 인재로 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같이 일하는 동료중에서도 누구를 통해서 들어왔고, 누구의 소개 덕분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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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워낙 인구와 인재가 많다보니,

'비슷한 경력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소개를 통해 어느정도 검증된 사람을 뽑자.' 라는 심리가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미드나 영화에서는 마냥 술먹고 춤추고 스킨쉽만 하는 것 같아보였던 파티들이 사실은 진정한 소셜라이징(socializing) 의 장 이었던 것입니다. 서로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명함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시 연락을 할 수 있는 윈윈 (win-win) 관계의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사과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었던 동료 왈:

 

"내 책상에 놓인 90장의 이력서들보다 같은 병원의 직원이 들어와서 '여기 내가 아는 괜찮은 사람인데 이 곳에 들어오고 싶대. 한번 봐줘요.' 라고 이력서를 놓고가면 그 90장들 가장 위에 그 이력서가 놓이게 되는 거고, 그것들을 다 젖히고 제일 먼저 읽히게 되는 거야. 소개받은 사람의 이력서가 정말 괜찮았다면, 과연 그 나머지 90장들은 다 읽히기나 할까?"

 

 

하지만 미국 사회가 그렇다고 무조건 누군가를 안다고 해서 100% 까임방지권을 획득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서류전형 통과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 뿐, 그 후에 회사의 규정에 따라 적성검사라던지 (동료와의 갈등상활 일 때 어떤식으로 해결을 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어떤 것을 할 것인지 등) 인사과 면접을 물론, 들어갈 과의 매니저와의 면담, 그리고 같이 일할 동료들과의 peer interview 등 많은 허들을 넘는 건 당사자의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밑에 소개될 저의 세가지 이야기는, 네트워킹도 중요하지만, 그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가를 보여줍니다. 

 

 

1) 미국 간호 대학 재직 당시, 저희 카운티에서 제일 유명하고, 수준 높은 간호사들을 인증하는 마그넷 (Magnet Recognition) 인증까지 있었던  A 병원은 간호학생들을 위한 인턴 프로그램이 유명했습니다. 이 인턴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면, 졸업 후에 A 병원의 취직은 거의 따놓은 당상이라고 보면 된다는 이야기가 돌았기에 교수님들도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당시 학교생활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하는 일들도 많아서 딱히 고려를 하지 않고 있었던 저에게 한 교수님께서

 

"내가 아는 사람이 그 프로그램 디렉터인데 말을 한번 해둘게. 면접이라도 봐봐"

 

라며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그닥 큰 뜻이 없었던 당시의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배가 불렀던 거임) 아무런 준비 없이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제가 봐도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면접을 보았고, 당연히(?) A 병원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인생 첫번째로 네트워킹을 통해 얻은 기회를 그 소중함 조차 제대로 알지못하고 허무하게 날려버렸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쌓아가고있던 다른 스펙들을 믿고 있었기에 인턴 프로그램의 탈락에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같은 반에서 그 인턴 프로그램을 하고 있던 두명의 다른 학생들이 졸업이나 국가고시를 치기도 전에 취직자리가 확정된 것을 보고 슬슬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 졸업 후, A 병원은 물론 주변의 병원이란 병원들에는 다 이력서를 넣었지만, 모두 서류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유학생 출신이라 딱히 아는 사람들도 없었고, 그 당시에 보통 경력이 없는 신입간호사 포지션들은 졸업 전 3월에 오픈이 된다는 것도 몰랐었고, 졸업 하고 몇달이나 지난 후 아직도 취직을 못했다며 교수님들께 따로 도와달라 연락할 깡도 없었습니다.

 

졸업 후 거의 6개월동안을 구직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같은 간호학교 1년 선배의 페이스북에

 

"우리 외래소아과에서 간호사 구함. 지원할 사람?"

 

이라는 글이 올라와서 그렇게 저는 또다시 네트워킹의 힘으로 면접을 보게 될 기회를 얻었게되었고, 이번엔 지원하는 소아과 웹사이트 포함, 면접 예상 질문들까지 미리 공부를 해가서 열정 넘치는 면접 후, 면접관분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미국면접 성공팁들) 첫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3) 외래소아과에서 1년 반 남짓 일을 하고나니, 다시 큰 병원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일하시는 분들도 매우 좋았고, 초반엔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패턴이 익숙해지니 더이상 크게 배우는 것들이 없었고, 저는 더 깊고 넓게 배우고 싶었습니다. 

 

큰 병원들은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간호학교를 갓 졸업하고 경력이라곤 외래오피스에서 일년 반 남짓밖에 없는 초보 간호사를 큰 병원에서 굳이 받아줄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계속 포기하지 않고 제가 일하고 싶었던 A병원을 포함, 다른 병원들에도 열심히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몇 달 동안 연락 한번 오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옆에서 안쓰럽게 지켜보던 남편이 저도 모르게 저의 홍보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생활 14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제가 잘 못하는, 남편의 부러운 점 중에 하나인데, 남편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재미있게 대화를 잘 이끌어갑니다. 특히 미국 사람들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도 옆 사람한테 "오늘은 참 덥네요 그죠?" 라고 말을 거는 사람들인데, 남편은 심지어 쇼핑을 하다가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가 병원쪽에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저의 홍보(?)를 했던 것입니다.

 

제 홍보를 워낙 열정적으로 하다보니, 같이 일하던 남편의 동료중의 한명이

 

"내 남편이 A 병원 인사과에서 일하는데 아내분 이력서 좀 줘봐, 내가 전달해줄게."

 

라는 말이 나온것이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력서 문서를 전해드렸지만, 그동안 이미 A 병원에 수많은 포지션들에 지원을 했었기에 따로 다시 인터넷으로 지원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한 일주일 쯤 지났을 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A 병원 인사과에서

 

"보리님 이력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지원을 안 하셨길래 전화드렸습니다"

 

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그 전과 똑같은 경력과 똑같은 이력서를 가지고 있었는데, 단지 인사과의 누군가의 소개로 받았다고 해서 그렇게 인사과의 초대전화까지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남편의 진정한 살신성인급 네트워킹 덕분에 귀한 면접의 기회를 얻었고, 세번의 면접 후, A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소개해주신 분들의 얼굴을 직접 뵙지는 못하였지만 남편을 통해 감사인사를 드리고, 그 부부의 이름만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몇년 후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UNIT LEADER (수간호사) 가 제게 다가오더니, "네 담당 구역에 지금 인사과 부장 아내분 환자로 들어가니까 잘 좀 봐줘. 인사과 부장도 같이 들어가" 라고 귀뜸을 주었습니다. 제 모토는 "내 환자들은 길거리 노숙자이건 한 나라의 대통령이건 다 똑같이 대한다" 인데, 저 말을 들으니 솔직히 약간 짜증이 섞인 상태로 방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환자 이름을 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라서 순간 "혹시 00 라고 아시나요?" 라고 남편 이름을 대니 같이 일했던 동료라며 반가워하셨습니다. 그제서야 머릿속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제가 그 사람 아내인데 덕분에 제가 이런 좋은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감사했다. 라고 직접 인사를 드리니 너무나 반가워하시며, 내가 딱히 한 건 없고, 간호사 선생님이 면접에서 잘했고 그 만큼 좋은 간호사이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일하고 있는거 아니냐면서 오히려 저에게 고마워하셨습니다. 기회를 주는 것과 그 이후의 행보는 전혀 다른 선상에 두고 오히려 저를 높게 평가해주신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철저한 기회와 네트워킹의 사회입니다. 기회가 제게 온 다는 것 자체가 요즘 사회에서는 하늘의 별따기죠. 기회가 저에게 올 수 있게 얼마나 그 동안 준비를 잘하고 길을 잘 닦아두고 있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열심히 갈고닦았던 반짝반짝 빛나는 본인을 잘 보여주느냐는 더 중요합니다.

이 글이 미국 병원뿐만 아니라 어느곳에서든 취업 준비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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