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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간호사가 꿈은 아니었습니다.
거의 20년전 제가 한국에서 보고자라온 간호사 선생님들은 삼교대로 너무나 힘들게 일하셨고,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도 간호사를 하나의 독립된 의료인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의사선생님들의 잔심부름을 돕는 그저 보조인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었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간호사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는 취직이 잘돼서, 그리고 대우를 잘해줘서였습니다.
너무 솔직하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가족 한명 없이 홀몸으로 어린 나이에 미국을 온 저에게는 이 나라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우선 빠른 시일내에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할 수 있는 미국 간호사라는 직업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에서 이과이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병원의료직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에 한번 마음을 정하고나니 오히려 간호사라는 직업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처음 시작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을 때 항상 서로 궁금해하는 것들은 서로의 전공이 무엇이었는지였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보셔서 알겠지만, 간호본과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랐던 그 당시의 저는 전공이 뭐냐는 질문에
"여기 간호과 들어가려고!"
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그럼 돌아오는 반응들은 대개 세가지로 나뉘곤 했습니다.
1) "어라?! 나도 간호과 들어가려고!"
2) "간호사 진짜 좋은 직업이지. 거기 들어가기도, 공부하기도 힘들다던데 진짜 대단하다!"
3) "우리 엄마 (또는 친척) 도 간호사야!" (본인이 간호사인것도 아닌데 파워당당)
셋 중에 어떤 답변이었던, 전반적으로 미국에서는 간호사를 당연히 전문의료인으로 생각하고,
자기도 간호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에, 아니면 자기가 아는 가까운 누군가가 간호사라는 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긴다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제 대학입학을 도와주러 오신 아버지도 분명히 느꼈던 부분이었습니다.
"여기는 간호학교 아니면 간호사 이야기만 해도 되게 눈빛이 달라지네. 마치 (한국에서) 의사들 대하는 것 같아"
그러다보니 저도 아직 간호본과를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단계였지만 자긍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었고,
정식적으로 간호본과를 들어가고 난 후에는, 자기 전공이 간호과라고 말하고 다니던 학생들의 95%는 과거의 저처럼 간호본과를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강의를 듣다보면 심심치 않게 교수님들의 간호사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고, 실습을 나가서도 실제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어떻게 함께 존중하면서 일을 하는지 직접 보게 되면서 미국간호사로 한발짝씩 다가가고 있는 제 자신을 더 자랑스럽게 여기고 만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직접 느낀 미국 간호사의 대우를 몇가지 공유하자면,
1. 의사들이 간호사들에게 환자상태에 대한 의견을 같이 공유하고, 간호사의 리포트에 따라 오더를 내리거나, 간호사가 원하는 특정 오더를 의사에게 요청했을 때 그것에 대한 거부심이 없다는 점.
- 물론 어딜 가나 튀는 사람은 존재하나, 저의 9년의 간호사 경력동안 손가락에 꼽을 정도도 안됩니다. 특히 제가 응급실에서 일했을 때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팀워크라는 것이구나' 라고 느꼈을 만큼 의사-간호사-수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모두가 한 팀이 되어서 타이틀이 어떤 것이던 스스럼없이 서로의 의견을 물어보고 경청하고 존중하며 일을 하곤 했습니다.
2. 신용점수가 매우 중요한 미국사회에서, 집이나 차 등 커다란 구매를 하거나 신용카드를 새로 신청할 때 높은 신용점수만큼이나 신뢰높은 직업이 "간호사" 라는 점.
- 이건 제가 미국에서 살면 살수록 더 많이 느끼는 부분입니다. 제 신용점수가 중요한 상황에 세일즈 직원분께서 제 신용점수를 요청해서 열람하기도 전 제 직업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제가 "간호사" 라고 대답을 하면, 그 분 얼굴에 활기가 돌면서 "에이~ 그럼 하나도 문제 없네~" 라는 반응이 100% 나옵니다. 실제로도 제 직업 덕분에 더 좋은 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었구요.
3. 한국처럼 돌아가면서 일해야 하는 3교대는 없고, 데이면 데이, 이브닝이면 이브닝, 나잇이면 나잇, 정해진 쉬프트가 있어서 몸에 무리가 갈 일이 없다는 점.
- 제가 처음에 간호대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저희 어머니의 첫번째 반응은 "3교대가 힘들어서 어쩌니" 였습니다. 제가 알기로 한국에서는 3교대가 아무리 큰 병원이라도 기본인 것 같은데, 원래 힘든 간호 업무에 어떻게 그런 스케줄까지 소화해내실 수 있으신지 한국 간호사 선생님들 정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
미국은 일하게 된 포지션 자체가 Flex(ible) 포지션이 아닌 이상, 자기의 정해진 쉬프트가 있습니다. Flex 포지션이라도 원래 오전 11시-오후 11시 쉬프트를 필요시에 오전 9시 - 오후 9시 정도로 바꾸는 정도일 뿐이지, 통째로 낮과 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바뀔 때도 항상 먼저 매니저가 와서 미리 물어봅니다. "너 원래 11시 근무인데, 이 날은 9시로 바꿔도 되니?" 라고요. 아무래도 낮근무의 수요가 더 높기에, 대개 경력 없는 간호사들은 밤근무로 시작을 하여서 낮근무에 공석이 생기면 연차 (seniority) 순으로 낮근무로 바뀌어 들어가기도 합니다.
4. 간호사로써 일할 때는 대개 8시간, 10시간, 12시간 쉬프트가 있는데, 커다란 병원들의 간호사들은 대부분 12시간 근무로 워라밸이 문제없이 맞춰질 수 있다는 점.
- 제가 일하는 A 병원은 풀타임의 경우, 일하는 유닛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일을 해야할 수도, 안할수도 다르지만, 어떻게든 일주일에 사흘씩 3개의 쉬프트로 일을 하고, 한달에 한 주만 나흘을 일하는 스케줄로 되어있습니다. 미국 노동법상, 일주일에 근무시간이 40시간이 넘어가면 무조건 자신의 시급의 1.5배를 받게 되니, 주급을 받을 때 보면 원래 해야 하는 시간만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흘을 일하는 주가 있었을 때 받는 금액의 차이가 확실히 납니다.
5. 휴가기간이 다른 분야의 회사들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
- 각 병원 시스템마다 휴가기간 정책은 다를텐데, 저희 A 병원은 많은 미국 병원들이 사용하는 PTO (paid time off) 체제를 사용하여, 일년에 6주 정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유연한 스케줄의 장점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날들을 휴가로 쓸 수 있습니다. 위에 말했던 것처럼 12시간 근무를 할 시에는, 일주일에 사흘만 일을 하면 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첫주의 시작인 일요일-월요일-화요일 근무를 하고, 그 다음주는 목요일-금요일-토요일을 일하도록 스케줄을 만들(고 그 스케줄이 승인이 나)면, 유급휴가를 쓰지 않고서도 중간에 8일을 쉴 수 있습니다.
6.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점.
- 기본적으로 미국 간호사들의 시급은, 특히 무경력의 신입일 때, 다른 직군들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힘든 일을 하는 직업으로 이해해주고, 그만한 존중과 대우도 잘해줍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본 시급이 높아서뿐만이 아니라, 같은 연차라도 시급을 더 올리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간호사들이 있다는 인증표시의 마그넷 (Magnet Status) 이 있는 병원인데, 그래서 그런지 간호사들에게 끊임없이 교육을 시켜주고, 특정분야의 자격증을 딴다거나 (ex. Certification of Emergency Nurse or Medical-Surgical Nursing Certification), 3년제 간호사가 일을 하며 4년제 간호대학교 공부를 병행해서 졸업하거나 석사를 딴다면 그만큼 시급에 플러스 알파가 됩니다.
또한,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에는 새 간호사를 고용해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수습기간을 거쳐가는 것보다, 원래 있는 간호사들 중 오버타임을 할 사람들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그러면 기본 쉬프트들 외에 8시간만 더 일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일주일에 40시간 근무시에는 무조건 시급의 1.5배를 받기 때문에 8시간 일한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다양한 간호직군들 중, 환자를 직접 케어하는 (bedside nursing) 간호사일 경우에는 직군의 특성상 근무시간 이외에 집에서 서류를 작성한다거나 전화를 받아야하는 추가 근무가 없기에, 두번째 직장을 갖기가 쉽습니다. 제가 알기로 한국에서는 절대 "투잡"을 용납 못한다는 분위기로 알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오히려 두군데에서 일하는 것을 약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원래 A병원에서 월-화-수 일을 하고, B병원에서 목-금 을 일하기로 했는데, A 병원에서 수요일 대신 목요일을 일해줄 수 있느냐를 물었을 때, 나 원래 B 병원에서 목요일날 일하는데 혹시 바꿀 수 있나 그 쪽에 물어볼게 아니면 B 병원 스케줄 때문에 안될 것 같다라고 답했을 때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7.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베네핏들이 아주 다양하다는 점.
- 우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저희 병원의 베네핏은 저나 제 직속가족이 A 병원을 이용하게 될 시, 병원비가 청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예약이 필수인 미국 의료계이기에, 아무리 아파도 당일에 의사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고, 봤다 해도 그 짧은 시간에 별 테스트도 몇개 하지 않았는데 병원비로 몇천만원을 청구받을 수 있는 미국 의료시스템상 정말 한시름 놓을 수 있는 베네핏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좋은 병원들은 직원들의 의료보험값을 병원에서 100% 다 부담한다고 하는데 저희 병원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닌지(...) 90% 정도를 부담하고 있고, 제 병원 소속 네트워크의 다른 병원들을 가면 다른 보험을 사용했을 시의 90% 정도 낮은 가격으로 이용 할 수 있습니다.
의료보험뿐만이 아니라 생명보험도 함께 제공해주고, 은퇴연금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고, 한달에 한두번쯤은 전문가분이 오셔서 1:1로 무료 상담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줍니다.
위에 말씀드렸다싶이 저희병원은 소속 간호사들에게 다양하고 많은 공부를 하도록 서포트를 적극적으로 해주는데, 저희 병원 같은 경우에는 풀타임 간호사 일 경우 1년에 $10,000 (현 환율로 약 천이백만원), 파트타임일 경우 $5,000 (약 육백만원) 의 학비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특정분야의 자격증 시험을 볼 때도, 그 시험기관과 연계된 병원일시에는 자격증 패스를 했을 때 시험비를 지원해주는 등 (떨어지면 자기가 내야해요...), 간호사의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제 친구가 일하는 병원은 간호사가 출산을 할 경우, 10박스의 기저귀와 다양한 아기용품들을 제공한다고도 하고, 또 다른 친구가 일하는 병원은 병원 캠퍼스 내에 어린이집이 있어서 보통 어린이집보다 더 긴 운영시간은 물론, 일하다가 점심시간에 보고싶은 아기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매우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여러 웹사이트들과 연계를 해서 취미활동을 할 때도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베네핏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키장을 갈 때 연계된 웹사이트에서 리프트권을 사면 그 스키장 웹사이트보다 15%정도는 싼 가격에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은데 우선 지금까지 생각나는 것들은 이 정도네요.
저에게 간호사란,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 처음에는 정말 현실적인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커리어였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이 일이 더 좋아지고, 제가 간호사라는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아무래도 미국 사회에서의 간호사라는 존재의 대우와 인식이 높아서도 있겠죠?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미국 간호사 선생님들께서도 공유하고 싶은 미국 간호사로써 좋은 점들이 있으시다면 공개댓글들 많이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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