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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얼마전에 블랙핑크의 신곡 뮤비에서 제니가 입었던 간호사 코스튬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짧은 원피스 유니폼의 빨간 하이힐. 간호사가 아닌 사람이 봐도 너무 섹스어필 이미지로 그려놓았더라구요. 소속사에서는 뮤직비디오를 그냥 하나의 예술 장르로 봐달라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더니 결국 그 장면을 삭제했습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의료인인 간호사의 이미지를 그런식으로 사용했던 것일까요? 그 가수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어린 친구들이 그 뮤비를 보면서, '아 간호사는 원래 저런 이미지구나', 다 큰 어른들도 그 뮤비를 보면서 다시 한번 '아 그래 간호사는 그냥 저딴 이미지지' 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못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새길지 전혀 계산하지 못했을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의상을 입은 사람이나 그 장면을 연출한 사람이나 평상시에 간호사에 대한 이미지에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잘못된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아시안을 칭하면서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행동을 하면 무식하다며 열을 내놓고, 이 시대에 노예가 왠 말이냐며 신안 염전 노예 사건에는 모두가 분노해놓고, 정작 전문적인 직업에, 그것도 많은 것을 희생해가며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간호사들을 그런 이미지로밖에 표현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은 그저 무지했기 때문에 이런 사단을 초래한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할로윈 때만 되면 특히 간호사 유니폼이랍시고 저딴 이상한 에로틱한 복장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런것을 볼 때마다 저 무식함을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 한숨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수많은 간호사들이 직접 연락을 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한 결과로 커다란 규모의 마트들은 이제 직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복장들의 판매를 지양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국 간호사들의 유니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전 간호학교에서 실습할 때를 포함, 지금까지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치마 유니폼을 입은 분을 딱 한 분 보았습니다. 마치 나이팅게일같이 간호모자를 쓰시고,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길이의 통 넓은 하얀색 원피스 스크럽에 흰색 압박 스타킹에 흰색 간호사 신발까지 신으셨는데, 워낙 오래전부터 일을 해오셨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으신 분이라 지금까지 입어오고 몸에 맞는 익숙한 유니폼을 입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외에 미국 간호사 유니폼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스크럽탑과 바지로 나뉘어집니다.
제가 처음에 일했던 소아과는 입어야하는 스크럽의 색깔이나 스타일의 제한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병원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하여 만화 캐릭터들이나 밝은 색깔의 스크럽을 많이 착용하였고, 제가 가까이 가면 울먹이던 아기들도 제 유니폼에서 엘모나 스펀지밥 같은 친근한 캐릭터들을 발견하고나서는 저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었던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병원이 무서웠던 아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웃음을 줬던 엘모와 스펀지밥 스크럽탑 예시)
현실적으로 입고 다니지도 않는 성적 대상화된 뮤비의 복장과는 다르게, 바쁘게 활동할 때 움직임에 제약이 없도록 팔과 허리 통이 크고, 주머니가 두개가 있는 것은 물론, 펜이나 펜라이트, 드레싱 가위 등의 것들을 넣을 수 있는 안쪽 주머니까지 따로 있는 기본적인 유니폼이었습니다. 색깔의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입고 싶을 때는 그냥 무채색 세트의 스크럽을 위아래로 갖춰입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큰 병원으로 옮기고 나니 스크럽의 정해진 스타일은 물론 각 직업군마다 색깔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간호사는 하얀색이나 하늘색, 각 병동의 안내데스크는 주황색, 방사선과는 회색, 심장의학과는 빨간색 등등 유니폼에 쓰여져 있는 직군을 안 봐도 색깔만 보면 어느 부서 소속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유니폼 브랜드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제가 제일 좋아했던 브랜드는 원더윙크 (Wonder Wink) 였습니다.
(다양한 원더윙크 스크럽 중 가장 기본 스타일)
폴리와 면의 합성소재로 가볍고 편했으며 무엇보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탑에 넉넉한 주머니 크기에 오른쪽 주머니가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어서 수납이 용이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바지 한쪽에도 주머니가 있었고, 주머니들 안쪽에는 그물망으로 또 나뉘어져 있어서 수많은 펜들과 필요한 서류들, saline flush, 청진기 등등 많은 것을 한번에 넣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2020년 10월 17일 기준 현재 공식 웹사이트에서 20% 할인과 무료배송 행사를 하고 있네요 → 원더윙크 웹사이트
제가 처음 간호사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유행했던 스크럽 브랜드는 그레이스 아나토미 (Grey's Anatomy) 였습니다.
(나름 간호 스크럽 패션계의 선두주자였던 그레이스 아나토미)
너무나 유명해서 방송을 안 봤어도 다들 아실 미드 "그레이스 아나토미" 의 의료진들이 입는 브랜드입니다. 그 방송에 협찬을 한 덕분에 일반적으로 '메디컬 스크럽 = 그레이스 아나토미' 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폴리와 레이온 혼방으로 재질이 부드러워서 몸에 편했지만,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허리를 약간 잡아주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안 입는 사람들 반, 오히려 몸매를 잡아줘서 편하다는 사람들 반으로 나뉘었습니다. 가격도 다른 브랜드들보다는 꽤 높았기 때문에 정해진 타겟층이 분명한 브랜드입니다.
간호사 유니폼에도 유행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스크럽 브랜드는 바로 픽스 (Figs) 입니다. 폴리와 레이온, 그리고 스판까지 혼방을 한 재질이어서 매우 부드럽고, 주름이 안 생기고, 운동복만큼이나 편하다는 이미지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향균성도 있다고 (antimicrobial) 홍보를 하고있는데 그 단어 자체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지만, Figs 측에서는 스크럽 재질이 은(silver)으로 만들어졌는데, 은은 천연적 향균성을 가진 재질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향균성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피그는 시그니쳐 상품인 조거 팬츠 (Jogger Scrub Pants) 의 이미지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 설립자는 전문 간호사인 친구와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사방을 뛰어다니며 일하는 의료진이 입는 스크럽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좀 더 편하고 인체공학적인 패션의 스크럽을 구상하다가 Figs 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사진만 봐도 운동복처럼 마냥 편해보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발목이 노출되기 때문에 일을 하다가 오물이나 피가 튈 수 있어서 위생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제 주변에서 이 브랜드를 입은 간호사를 본 적은 없지만, 미국에도 유행하는 짤 문화(meme)를 보면 대체적으로 새내기 간호사들에게 폭팔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수술실이 아닌 경우에 출퇴근시에 옷을 따로 갈아입지 않고, 스크럽을 입은 채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간호 유니폼을 하나의 패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 듯 합니다.
현재 공식 웹사이트에서 학생들을 위해 15% 할인을 하고 있네요. → Figs 15% 학생 할인
저희 병원은 매년 직원들에게 유니폼 전용으로 일인당 $125 쿠폰을 지급합니다. 저희 병원은 기본 스크럽 이외에 병원에서 따로 제작해서 나눠준 가벼운 자켓이나 조끼만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스크럽 위에 집업후드티를 입거나 사복셔츠를 안에 겹쳐 입은 경우들을 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페셔널하게 보이기 위함 뿐만이 아니라 감염 관리를 위해 그런 경우들은 전체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출퇴근시에 따로 복장을 신경쓰지 않아도 돼서 편하지만, 워낙 많은 활동량에 직업 특성상 각종 오염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고, 매일 퇴근후 바로 세탁을 해야하기때문에 스크럽이 금방 헤져서 자주 구매를 해야했는데 그 금액이 은근히 부담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따로 병원이름과 Registered Nurse 를 새겨야 했기 때문에 추가 금액이 발생하였는데, 병원에서 매년 금전적으로 지원을 해주니 그 부담이 훨씬 줄었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분은 어떤 브랜드를 입으실지, 그리고 미국에서 현재 간호사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시는지 아니면 추천하시는지 공유해주세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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