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코로나 백신 접종 - 1차 완료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0. 12. 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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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미국 날짜로 월요일이었던 어제 저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하였습니다. 이전 포스팅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백신에 대해 잘 몰랐던 처음에는 안 맞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제대로 된 리서치를 해 본 결과 발전된 과학의 힘에 감사한 마음으로 접종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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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저희 병원에서는 정해진 기준으로 응급실과 코로나 지정 중환자실과 코로나 지정 병동들에 일하는 의료인들에게 먼저 접종 날짜 예약을 오픈했습니다. 뉴스를 보니 많은 병원들에서 환자를 직접 케어하지 않는 administrator 들이나 현재 코로나 환자를 전혀 보지 않더라도 의사면 무조건 먼저 백신접종을 해서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 저희는 의사 포함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까지 진정한 코로나 frontline 의료인들이 먼저 예약 링크를 받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일하는 PACU 는 수술 당일 날 환자들이 무조건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음성이어야만 수술을 진행합니다. 보통 양성일시에는 수술을 리스케줄 하는데, 양성이 나왔음에도 증상이 전혀 없거나 몇 달이 지나도 계속 양성이 나와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수술일 경우에는 진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코로나 환자를 케어한다고는 해도, 현재 응급실이나 코로나 지정 병동의 스탭들보다는 현저히 적은 수의 코로나 환자를 케어하기 때문에 저는 최소 일주일은 넘게 더 기다리지 않을까 예상했었어요. 그런데 저희 병원이 백신을 공급받은 그 주의 사흘째에 예상보다 일찍 예약 이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이메일을 받자마자 바로 그 다음날에 예약을 해서 저번주에 접종을 받은 코워커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 주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이번주로 예약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주사를 맞고 쓰러진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점심을 든든히 먹고 백신 접종을 하는 병원 메인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예약 컨펌 이메일에는 운전면허증 지참 필수라고 강조를 해서 준비해 갔는데, 평소 일할 때 쓰는 병원 아이디 카드만으로 본인 확인을 했습니다. 본인 확인후에는 최근 2주 내로 코로나 감염 증상이 있었는지, 최근에 독감 주사 포함 예방 접종을 받은 적이 있는지, 어떤 주사이던지 접종 후 아나플락틱 증상이 있었는지, 면역 저하자인지, 복용하는 약들 중에 스테로이드제가 있는지, 임신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지 등의 일곱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고 강당으로 입장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하루에 정해진 인원수만 미리 예약을 받았기 때문에, 강당으로 들어간 후에는 기다림 없이 바로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감 주사와 마찬가지로 무대에 백신 접종 스테이션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다만 다른점이 있었다면 평소에 독감 접종을 하는 occupational health nurse 가 아닌, 평소에 알던 병동 매니저가 접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병원은 초반에 화이저 (Pfizer) 백신을 받았지만, 모더나 (Moderna) 도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후에 제가 접종 예약을 했고, 예약 이메일이 왔을 때도 화이저와 모더나 두 개 중에 제가 따로 선택은 할 수 없이 병원에서 제공받는대로 접종을 받는다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에 혹시 모더나로 접종 받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화이저로 받게 되었습니다. 

 

     독감 접종과 다를 것 없이 어느 쪽 팔에 맞을 거냐고 물어봐서 전 오른손잡이라서 왼팔에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미 다 아시겠지만 혹시 몰라서 여기에서 팁! 보통 주사를 맞고 나면 그 부위가 아파서 그 팔을 일부러 안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접종을 맞자마자 그 팔을 많이 움직여야 약이 근육에 더 잘 퍼지면서 덜 아프게 됩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 간호사 분들은 일부러 오른손잡이면 더 많이 움직이는 오른팔에 맞기도 하시는데, 저는 미리 코로나 백신을 맞은 친구가 독감 접종과는 비교도 안되게 아프다고 해서 아무리 팔을 움직여도 아프게 되면 일에 방해가 될까봐 왼팔에 맞았습니다..는...TMI★)

 

     주변에 혹시 모를 알러지 상황을 대비해 Epi-pen 이나 Benadryl 이 있나 둘러보았는데 제 눈에 띄는 곳에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스크럽을 걷어올리고 접종을 해주는 매니저가 독감 접종때와 같이 "Ready?" 라고 물어보는데 평상시와 같이 입은 준비됐다고 대답하면서도, 순간 머릿속에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섞이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 백신이 정말 전세계의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이제 곧 나도 한국가서 우리 부모님이랑 가족 얼굴 볼 수 있는건가?'

'한국은 언제쯤 우리 부모님같은 일반 국민들에게 백신이 제공될까?'

'혹시 내가 이거 맞고 쓰러지거나 재수없게 아나필락틱이 오진 않겠지?'

 

복잡한 머릿속과 달리 접종은 눈깜빡할 사이에 끝이 났고, 오히려 저는 맞은 부위가 독감 주사를 맞았을 때보다 덜 아팠습니다. 

 

"자, 이거 가지고 저기 앉아서 15분만 있다가 가면 돼요." 

 

     뭔갈 건네주길래 받아보니 타이레놀 325mg 두 정과 백신 기록지였습니다. 

 

기록지에는 이미 제가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그 백신의 브랜드와 고유번호가 적혀있었고, 전 그 위에 제 이름과 생년월일만 작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차 접종을 맞을 때도 필요하기 때문에 꼭 잊지 말고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15분동안 기다리면서 QR 코드를 두개를 받았는데 하나는 뉴욕 보건부 (New York State Department of Health) 에 제 정보를 입력해서 제출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 (CDC) 에 제 정보를 등록하는 것이었습니다. 보건부에 낸 정보는 그냥 제출용이었다고 하면, CDC의 QR 코드는 제 핸드폰으로 CDC 가 문자를 보내서 백신을 맞은 후 당일과 그로부터 하루 후에 느끼는 증상들을 체크업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설마 지금 접종을 받자마자 증상을 입력해야하나 싶었는데, 나중에 일을 하다보니 약 한두시간 후에 혹시 고열, 메슥거림, 발진, 피곤함 등등 증상이 있다면 제출하라는 알람이 핸드폰으로 왔습니다. 전 15분 동안 아무 증상이 없어서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갔고, 강당에서 나오는 길에 준비해주신 사탕과 초콜릿, 물 한 병을 들고 즐겁게 PACU 로 돌아왔습니다. 접종 맞은 부위의 팔이 많이 아프진 않았지만 일하면서 걸리적거릴까봐 나눠주신 타이레놀 650mg 을 예방차 복용하고 평소와 같이 일을 했습니다. 

 

     백신을 맞은 당일인 어제는 맞은 부위가 좀 욱씬거리는 것 빼면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하루가 지난 오늘은 몸이 매우 무거웠어요. 백신 접종 날짜를 예약할 때 혹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접종 다음 날이 오프인 날을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정말 오늘 오프여서 다행일 정도로 너무 피곤한 날이었습니다ㅎㅎ 제가 백신 접종을 맞는 어제로부터 딱 24시간 후인 오늘 오후에 증상이 있으면 제출하라는 링크가 왔고, 전 평상시와는 달리 매우 피곤함과 약간의 팔 근육통의 증상을 체크하여 제출하였습니다. 

 

     2차 접종은 1월 중순에 예약해두었는데, 보통 2차 접종 후에 부작용이 좀 심하게 난다고 해요. 심각한 증상들은 아니고 열이 난다거나 두통을 동반한 피곤함 정도인데 오늘 피곤했던 것보다 더 피곤하면 전 그 날 그냥 하루종일 집에서 잠만 자야 하는게 아닌가 미리 걱정이 듭니다..ㅎㅎ 

 

     한국도 여러 제조사의 백신들을 비교분석하고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화이저나 모더나가 하루 빨리 한국으로도 수출되어서 모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물론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계속해서 지켜야 하는 중요한 사항들이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처럼 지금보다는 나은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로그인 없이도 남길 수 있는 댓글을 통해 물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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