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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2021년 새해 첫 포스팅이네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계획하시는 일들 모두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
전 아직도 제가 어리고 많이 배워야하는 학생 같은데, 일하는 곳에서는 벌써 셀 수도 없이 많은 신규 및 경력 간호사들을 프리셉팅했습니다. 아무리 나이 차이를 신경 쓰지 않는 미국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참 어색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이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 간호사들이 기본을 갖추고 앞으로 그들이 스스로 더 잘 발전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 정보들을 전해주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와서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전 그들에게 든든한 사수가 되기 위해 제가 아는 지식들과 일하면서 깨달았던 팁들을 공유하며 노력을 했고, 제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질문은 직접 공부해서 가르쳐주거나 그 부분에 지식이 풍부한 다른 간호사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사수로써 '정확한 정보를 가르쳐주고, 팁들을 알려주는 것'에 더 집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 병동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가 응급실로 새로 이직하며 제가 그 친구의 프리셉터가 되었습니다. 둘이 친구 사이인걸 알았던 매니저는 먼저 저에게 불편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았고, 저는 혹시 친구가 불편해할까봐 친구에게 물어보았지만 친구는 오히려 너무 좋다며 함께 그 친구의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워낙 흡수력이 좋고,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 해내는 친구였기에 오리엔테이션을 문제 없이 보내고 있었는데, 하루는 평소보다 일하는 속도가 느리고, 중요한 부분을 자주 잊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쉬프트를 다 끝내고 나서 전 아무 생각 없이 친구에게,
"너 원래 더 잘하는데 오늘은 무슨 일이야?"
"You are usually better than this, what happened?"
라고 물었고, 정신없이 일을 마친 그 친구는 갑자기 저에게,
"넌 꼭 말을 그렇게 해야겠어!"
"You really had to say it like that!"
라며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갑작스러운 울음에 당황한 저는 우선 앉아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그 친구와 저는 퇴근 시간 후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평상시에 친구사이로 지낼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저의 직설적인 말투가 프리셉티의 입장이 되어서 듣게 되니 너무나 자신을 공격하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나름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그 힘든 하루의 끝에 격려나 칭찬은 커녕 저런 식의 말을 들으니 너무 속이 상했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저의 말투가 제가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식으로 상대방에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제가 위의 말을 한 의도는 '너 오늘 이렇게 실수 많이 하고 일에 집중 못한거 원래 일 잘하는 너 답지 않았는데,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라는 의미가 내포된 상태였는데, 그 친구는 '왜 이 정도밖에 못했어?' 라는 식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더 대화를 하며 알게 된 것은, 그 친구는 저로부터 프리셉터로써 더 자신을 포용해줄 수 있는 말투와 행동을 원했는데, 전 그 친구가 원래 능력 있는 간호사 친구였기 때문에, 너무 아기 취급하고 싶지 않아서 낯간지러운 말들은 자제하는 중이었던 것입니다. 우선 저는 그 친구에게 나는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그런식으로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너가 워낙 능력자라 너무 아기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잘하고 있는데 병동에서 일하는 것과 응급실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다른 상황이니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달라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날 대화 이후, 병원에서 제공하는 프리셉터 클래스를 다시 이수했습니다. 프리셉터 클래스는 새 간호사를 오리엔테이션 하는 사수들이 첫 프리셉팅을 하기 전에 전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알려주기 위해 제공되는 클래스였는데, 전 이미 프리셉터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셉터의 올바른 대화 방식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 이수했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와 말 잘하는 법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꼭 간호사가 아니라도,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더라도, 일터가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배운 점들을 공유하겠습니다.
1. You 를 주어로 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주세요.
내용이 어떻게 되건, 상대방이 실제로 잘못을 한 상황이건, you (너가/네가) 로 문장이 시작되면, 상대방은 이미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방어 태세에 들어가게 됩니다. You 로 시작되면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을 다그치고 탓하는 어투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너 왜 그 방식으로 처리했어? ( X )
→ 그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 ( O )
너가 연락을 안 받았잖아. ( X )
→ 내가 연락을 했었는데 바빴었나봐. ( O )
첫번째 질문은 정말 단순하게 왜 그 방식으로 처리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고, 두번째도 그저 상대방이 연락을 안 받은 팩트를 말하는 것이지만, '너'를 주어로 먼저 쓰면서 상대방을 탓하는 느낌을 줄 수가 있습니다. 특히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신규 입장에서는 이미 경험이 많은 프리셉터가 사용하는 말투, 단어 하나하나가 프리셉터가 의도한 것보다 더 세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2.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세요.
이 부분은 제가 예전부터 의식적으로 조심하려는 부분 중에 하나인데 직접 말씀해주셔서 살짝 양심에 찔리기도 했답니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해답을 찾아주려고 하지 말고, 그저 공감을 해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뻔한 이야기라도 우선은 끝까지 듣고 난 후에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혀 공감이 안되는 이야기라도 끝까지 집중하며 들어주면서, 그 사람의 마지막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적극적으로 경청 (active listening) 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건,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이상, 나의 의견을 공유하지 마세요. 나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방이 물어보거나 원하지 않은 대답은 영양가 없는 잔소리 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됩니다.
상사가 나보고 이렇게 처리하라고 해서 똑같이 했는데 나한테 왜 그렇게 했냐고 하는거야. 완전 짜증나!
→ 상사가 하라고 한 것중에 뭐 하나 빠트린거 아니야? ( X )
→ 아 그런 일 있으면 나 같아도 짜증났겠다 ( O )
오늘 우리 첫째가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랑 이런이런 일이 있었는데 정말 속상했어.
→ 안 그래도 너 첫째 보니까 그런 일 생길 것 같더라. 조심하지 그랬어. ( X )
→ 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속상했겠네. ( O )
3. 나의 목소리 톤과 바디랭기지를 의식하세요.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직접적인 언어 표현 (verbal) 이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에서 7% 밖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목소리의 톤 (vocal) 이나 상대방이 나를 바라볼 때 보이는 바디랭기지 (visual) 가 남은 93% 의 영향을 끼칩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거나 모노톤의 목소리는 아무리 적절한 표현을 한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지금 이 대화에 난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대놓고 홍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대화가 길어지다보면 편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거나, 팔짱을 끼는 습관이 있는데, 이런 행동들도 사실은 의자에 등을 기댐으로써 상대방에게 멀어지는 심리 작용, 팔짱을 낌으로써 나를 닫고 오픈하지 않는 것 등의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오래된 습관이라서 내가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다리 떨기라던가 펜 돌리기 등도 자세히 살펴보아서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4. 나를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세요.
지금까지 위에서 공유한 점들은 상대방과 대화 중에 의도치 않은 오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팁들입니다. 위의 팁들을 적극 활용하다보면 상대방이 오히려 왠지 모르게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을 즐기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이용하게 두지는 마세요.
위의 팁들이 처음에는 습관이 안되어서 힘들수도 있지만, 한 박자 쉬고 생각해서 말을 해야 하는 것을 자주 의식하고 사용하다보면, 금세 적응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과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에 대해서 알아가고 의식하는 동안, 상대방의 커뮤니케이션 태도와 방식도 쉽게 눈에 띄어서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한 말과 행동인지 아닌지도 구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우로는 상대방의 주의와 집중을 이끌어 나가야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바디랭기지로 다른 부분보다 더 흥미로워하는 부분을 잘 읽을 수 있게 되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포스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로그인 없이도 남길 수 있는 하트와 댓글 부탁드려요 :) 혹시 공유하고 싶은 다른 커뮤니케이션 팁들이 있다면 많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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