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특정 부서에서만 쓸 수 있는 깜짝 휴가 (Flexed off)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1. 8. 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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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전 원래라면 저번주 월-수-금 사흘 일하는 스케줄이었는데, 금요일에 깜짝 휴가를 쓰게되어서 사흘이나 푹 쉬고 내일 다시 출근을 합니다. 제가 예전에 병동에 일했을 때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이 휴가를 쓸 수 있었고, 응급실에서는 못 쓰다가 회복실로 오면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컨셉이 있으려나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깜짝 휴가"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게요. 

     "Being flexed off". 이 표현은 제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처음 듣게 된 표현이었습니다. 지금 네이버나 구글에 쳐봐도 제대로 된 표현이 안나오네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이 표현은 "(오늘은)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는 표현의 은어입니다. 그럼 왜 스케줄이 이미 다 나왔는데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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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예전에 일했던 병동은 약 40개의 베드가 있던 병동이었습니다. 수간호사와 차지널스를 빼고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를 하는 스탭간호사들은 5~7명 정도였습니다. 그럼 상태가 심각해서 더 가까운 케어가 필요한 환자가 어싸인됐거나, 소아환자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한 간호사당 6~8명 정도의 환자를 맡는 것이 기본 상태였습니다. (제가 일했던 병동은 소아환자와 성인환자를 같이 받는 곳이었답니다.) 저희 병동은 대부분 최소 30명의 환자들은 항상 입원해있었는데요, 아~~~주 가끔, 손에 꼽을만큼 20명 내외로 입원환자수가 떨어지는 때가 있답니다. 그렇게 이 병동의 평균 입원 환자수보다 많이 차이가 날 경우, 수간호사 혹은 차지널스는 미리 다음날 출근하기로 스케줄 된 스태핑 계산을 합니다.

     만약 오늘밤 이 병동의 입원환자 수가 20명일 경우, 그리고 내일 7명의 간호사가 출근하기로 스케줄 되어있을 때, 내일 새로 입원 환자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예상을 해도, 보통 하루에 이 병동에는 평균 10명 이상의 신규 환자를 받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최대 30명의 환자를 7명의 간호사가 보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평소에 6~8명 케어보다 훨씬 적어진 4~5명의 환자를 보게 되는 것이죠. 비지니스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병원의 입장에서는 "환자들이 많이 없다. = 수입이 별로 없다." 라고 해석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예상되는 수입이 많이 없을 땐 지출을 최대한 막고 싶어하죠. 이렇게 환자수가 적은 상황에서 병동에서 지출을 막는 방법중에 하나는 출근하는 스탭 수를 줄이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수간호사나 차지널스는 두가지의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1. 7명을 그대로 출근시키고, 병원의 다른 곳에 도움이 필요할 경우 다른 병동으로 1~2명을 하루 파견시키기 (= float)

2. 7명 중 1~2명에게 깜짝 휴가를 쓰고 싶냐고 물어보고, 원한다면 휴가를 주기 (= flex off)

     첫번째 상황 같은 경우에는 우선 대부분의 스탭 간호사들이 좋아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개 내가 원래 있는 곳이 일하기가 편한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병동으로 가서 도움을 주는 상황은 불편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없어져야 할 문화이기도 하지만, 보통 다른 병동에서 '도움간호사' 가 온다고 하면 대개 그 병동의 가장 힘들거나 어려운 환자를 어싸인 해주는 곳이 많기 때문에 다들 다른 병동으로 가는 것을 반기질 않죠. 그리고 보통 한 병동의 환자수가 적으면, 병원 전체의 환자수도 적은 것이기 때문에, 다른 병동도 따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병원에 딱 한 곳이 있는데 바로 "응급실" 입니다. 응급실은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곳이기 때문에 보통 여유가 있는 병동들은 가능하면 응급실로 파견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일했던 병동은 그 당시에 telemetry 도 없었고, critical care 를 전혀 받지 않았기에 응급실로 저희 간호사들은 파견을 못 보내는 상황이었습니다.  

     두번째 같은 상황은 병동마다 다르겠지만, 대개는 지금까지 깜짝 휴가를 못 받은 사람들에 한해서 seniority 나 랜덤으로 1~2명을 뽑아서 지금 상황이 이러한데 내일 출근하는 대신 휴가를 쓰고 싶으냐 물어보는 것입니다. 물론 휴가는 병원에서 따로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년 총 휴가일에서 차감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 병원은 2주마다 쓸 수 있는 휴가가 8~9시간씩 쌓이기 때문에 휴가일이 많이 쌓인 간호사들 중에서는 휴가를 쓰고, 휴가일이 많이 없는 신입 간호사들은 대개 그냥 출근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또다시 랜덤으로 뽑아서 그 다음에 기회가 온 간호사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보는 것이죠. 

     전 회복실에서 일을 하다 보니 미리 정해진 수술 스케줄에 따라 스태핑을 정할 수 있습니다. 저번주 같은 경우에는 여름 휴가철이라 그런지 평소 40~60 정도의 수술 케이스보다 훨씬 낮은 10 혹은 17 케이스밖에 없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저번 주 금요일 같은 경우에는 17 케이스밖에 없었고, 8명의 간호사가 출근 예정이었습니다. 회복실 특성 상 최대 2명의 환자만 받기도 하고, 또한 이 17명의 환자들이 한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술 스케줄에 따라 시간을 맞춰 나오기 때문에 전혀 8명의 간호사가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이런 상황일 때 종이에 다음날 출근하는 간호사들의 이름을 모두 적어서 랜덤 쪽지 뽑기를 해서 누가 "깜짝 휴가"를 받을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이 따로 휴가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휴가일에서 차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강요할 수 없고, 원하지 않으면 그냥 출근을 하게 하면 됩니다. 

     제가 제목에서 썼듯이 이 flex off 가 특정 부서에서만 가능한 이유는 위에서 잠시 언급했다싶이 응급실에서는 이런 럭셔리를 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응급실 전체를 합쳐서 환자가 5명밖에 없다가도, 몇시간이 채 지나지도 않아 응급실 전체 병실들뿐만이 아니라 복도에도, 대기실에도 환자가 가득 차 있는 적이 다반사였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일했을 때는 깜짝 휴가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답니다. 

     여러분은 깜짝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전 언제나 "오케이! 땡큐!" 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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