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

라뽀가 미치는 영향 (ft.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 2 6화)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1. 9. 27.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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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의료계에 일하시는 분들은 의료 드라마를 보면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으실 것 같아요. 저도 미국 드라마이건 한국 드라마이건 병원 이야기가 나오면 스토리를 보게 되는게 아니라 실제 상황과 얼마나 다르게 엉뚱맞게 치료가 들어가는지가 먼저 보이더라구요. 그래도 그나마 현실 고증을 해낸 드라마는 '낭만닥터 김사부' 였는데, 그 드라마가 뒤로 갈 수록 러브스토리에 더 포커스를 두어서 아쉬웠답니다. 그러다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라는 드라마를 알게 되었는데 물론 러브라인도 있지만, 정말 병원 생활을 그대로 재현을 한 부분들이 많아서 저는 한국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도 공감이 정말 많이 됐었습니다. 시즌 1을 정말 재밌게 보고, 시즌 2도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시즌 2가 시작할 즈음에 여러가지 바쁜 일이 있어서 전 이제야 하나하나씩 시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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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중에서도 6회를 봤는데,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시즌 2의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회차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6회에서는 한국 발음으로 "라뽀"(Rapport) 를 중심으로 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공유했습니다. 간단하게 라뽀의 정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Rapport: a close and harmonious relationship in which the people or groups concerned understand each other's feelings or ideas and communicate well. ex) "She was able to establish a good rapport with the children." (Google, 2021)

 

     네이버에서는 이 라뽀가 간단하게 '(친밀한) 관계' 라고만 정의가 되어있는데 사실 단순 친밀한 관계라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성된 상호간의 신뢰 관계'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의료계에서는 특히 병원에 오래 입원하고 계신 환자분들이라던가 나와 뭔가 연결관계가 있는 환자분들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슬기로운 병원 생활에서도 인턴의 실수를 당신의 딸과 비슷한 사회 초년생의 실수로 이해해주신 남자 환자분,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소아 중환자와 자신도 모르는 라뽀를 형성한 2년차 레지던트, 식도폐쇄증인 아이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아외과 선생님의 이름으로 아이 이름을 지은 산모분등 여러가지 라뽀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처음으로 라뽀를 느꼈을 때는 제가 간호학생으로써 실습 배정받은 병원의 응급실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오버나잇 근무에 triage 를 맡고 있었는데, 휠체어를 타시고 코에는 산소 캐뉼라를 착용하신 상태로 매우 숨가빠하셨던 여성 환자분이 들어오셨습니다. 같이 오신 남편분이 차를 제대로 주차하고 올 동안 저는 기본 정보를 받고 있었는데, 그 분의 생년월일이 저희 어머니와 똑같은 생년월일이셨습니다. 순간 저희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보이면서 저는 가슴이 울컥함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환자분께서 응급처치를 제대로 받으시고 바로 병동으로 입원을 하셔서 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라뽀가 형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일을 했을 때는 정말 다양한 환자분들의 코드를 진행했는데, 무엇보다 모든 의료진들이 제일 힘들어한 코드는 신생아같이 어린 아이들의 코드였습니다. 물론 환자분의 나이가 어떻게 됐든 의료진들은 똑같이 최선을 다하지만, 제 팔뚝보다도 작은 신생아의 가슴을 압박해야 할 때, 아직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의 어린 아이의 호흡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고 노력할때는 그 어느 순간보다 간절히 기도를 하며,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여러 감정들을 컨트롤 하며 코드 진행을 합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특히 힘든 코드가 끝날 때마다 그 코드에 참가했던 모든 스탭들에게 일주일 내로 무조건 받아야 하는 '상담시간'을 주어줬습니다. 상담해주신 분들은 저희 병원 응급실의 정신과 의사선생님과 코디네이터분이셨는데, 성공적이지 못한 코드를 끝내고 슬프고 절망적인 감정이 드는 것 자체는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한 우리는 팀으로써 최선을 다 했으니 자책을 하지 말라며, 사람으로써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힘든 것이 있으면 도움을 줄테니 편하게 말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상담 말미에는 힘들겠지만 지금 이 곳에서 그 때의 감정을 최대한 털어버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다른 환자들에게 다시 '그들의 간호사'로써 시작을 하자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라뽀'는 환자분들과 꼭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형성되는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그 관계에서 연결고리가 있거나 그저 아무 이유 없이도 '클릭' 이 되는 순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료진으로써 우리는 모든 환자들에게 항상 같은 마음으로 케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특히 어떤 분들과 라뽀가 형성되는 관계가 있을 수 있고, 그 관계 때문에 다른 환자들의 케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지고 있다면 라뽀를 무서워할 이유도, 이 자연스러운 현상을 거부할 이유도 없습니다. 라뽀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거나 공유하시고 싶은 상황들이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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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포스팅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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