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이야기

미국 뉴욕 병원 출산 후기 1편 (ft. 28시간, 진통 자연스럽게 줄이는 방법들)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2. 6. 2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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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오늘은 약 3주 전에 있었던 제 출산 후기를 자세히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현재 제가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출산을 했답니다. 이미 익숙한 병원 시스템이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마음은 한결 편안했던 것 같아요. 우선 한국과 미국의 산부인과가 다른 점은 내가 임신 시기에 다녔던 산부인과와 분만을 하는 병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워낙 의료비가 비싸기에 집에서 따로 아무런 의약품의 도움 없이 둘라나 미드와이프와 함께 말 그대로 "자연분만" 을 하는 home birth 도 있지만, 대부분의 산모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수술실과 신생아 집중치료실 (NICU) 등이 있는 종합병원에서 분만을 한답니다. 

     저는 진통이 예정일이 하루 지난 날 오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개들 양수가 터지는 케이스들을 많이 생각하시는데 저희 산부인과 쌤에 의하면 양수가 자연적으로 터져 병원에 오는 산모들은 약 1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해요. 저도 38주부터는 혹시나 양수가 터질까봐 차 시트나 침대에 방수패드를 까는 등 미리 준비를 해놓긴 했는데, 양수는 터지지 않고 배 앞쪽으로 생리통같은 진통이 싸르르 오면서 '아, 이제 슬슬 몸이 준비를 하나보다.' 라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미국에서 출산을 준비하시는 산모님들이라면 다 들어보셨을 5-1-1 법칙 (혹은 4-1-1, 초산모일시 진통이 4/5분 간격으로 1분씩 지속되고 그 기간이 1시간 이상일 경우) 을 따르기 위해 저는 "Contraction Timer" 라는 앱을 다운받아 좀 애매하다 싶어도 진통이 시작될때마다 버튼을 눌렀답니다. 오후 5시 반부터 약 한시간 간격으로 오던 진통이 밤 10시가 넘어서부터는 약 15분 간격으로 줄어들었고, 너무 힘들었던 저는 미리 추천받은 대로 따뜻한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은 내가 진통이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자궁문이 어느정도 열리지 않았으면 입원을 안 시켜주거든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최대한 참다가 병원에 가면 바로 입원하겠다는 의지로 버텼답니다. 샤워실 안에서 따뜻한 물을 맞고 있으니 마치 진통제를 먹은 것마냥 통증도 줄어들고 그 간격도 20분 정도로 느는 것 같았습니다. (진통 초기에 자연스럽게 진통을 줄이는 법으로 따뜻한 샤워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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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몇시간을 버티다보니 새벽 한시쯤에는 진통 간격이 4-5분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남편은 그 전에 함께 공부한 진통 줄이는 마사지법을 해주며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임신 30주가 넘은 후에 남편/아이 아버지와 함께 분만 수업을 듣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진통시에 진통을 완화시키는 호흡법이나 파트너가 해줄 수 있는 진통 줄이는 여러가지 마사지법들을 알려줘서 매우 도움이 됐어요. 유료 수업들도 많지만, 저희는 집에서 편하게 유투브에서 제일 조회수가 많은 분만 수업 영상들을 찾아 함께 시청했답니다ㅎㅎ)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남편은 밤 10시부터 계속 산부인과에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전 절대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지로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새벽 1시반쯤 산부인과에 연락을 했습니다. 서비스라인에 메세지를 남기니 당직쌤이 1분 내로 바로 전화를 주셨어요. 제 상황을 들어보신 선생님은 분만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으니 병원으로 오라고 말씀하셨답니다. 그렇게 제 남편과 저는 미리 챙겨둔 출산가방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부터 출산하는 순간까지 물만 조금씩 마실 수 있다고 들은 저는, 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후 전 집에서 미리 가지고 온 미역국에 밥을 야무지게 말아서 진통이 오지 않은 시간동안 마지막 만찬이라고 생각하며 차 안에서 든든하게 챙겨먹었습니다. (알고보니 얼마전부터 이 병원 산부인과 policy 가 바뀌어서 아무리 진통중이라도 clear liquid: 건더기 없는 맑은 국물이나 주스, 물 등은 마실 수 있게 해주시더라구요!) 

     새벽에 도착했기 때문에 병원 로비 문은 잠겨있었기에, 저희는 미리 선생님이 알려주신대로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밤 11시부터 새벽 5시 사이에 오게 되면 메인 입구가 잠겨있기 때문에 응급실로 가라고 미리 알려주셨어요. 그렇게 응급실에 들어가서 산부인과에 왔다고 하니 응급실 스탭분이 절 휠체어에 앉히고 vital signs 을 측정했고, 그 사이에 남편은 병원 시큐리티 오피서에게서 방문증을 받았답니다. 그렇게 휠체어에 앉아서 6층 산부인과까지 이동하는데 왠지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처음 환자 입장에서 타 본 휠체어가 생각보다 어질어질하기도 했고, 아무리 조그만 문턱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때마다 속도를 낮춰 젠틀하게 이송시켜주는 응급실 스탭이 너무나 고마웠답니다. 

     그렇게 저희는 산부인과에 입성을 하였고, 간단한 개인 정보를 종이에 작성한 뒤 '분만실'로 들어갔습니다.

병실문 바로 앞에 있는 프라이버시 커텐. 오른쪽엔 화장실. 침대 맞은편으로는 남편이 쉴 수 있는 소파, 리클라이너와 텔레비전이 있었음.
산모 침대와 오른쪽에는 아이가 출산 후 들어갈 워머침대.
제 진통주기와 강도와 찰떡이의 심박수를 체크할 모니터와 그 왼쪽에 있는 "땅콩볼" (Peanut Ball).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저와 후에 영혼의 단짝이 된 볼이었답니다.

     담당 간호사쌤은 저에게 병원 가운으로 갈아입으라고 하셨는데, 전 집에서 미리 가져온 가운이 있었기 때문에 확인을 받고 그 가운을 착용했답니다 (아마존에서 구매했는데 코튼소재라 부들부들하고, 앞뒤가 다 막혀있으면서 찍찍이나 간단한 버튼으로 쉽게 앞 뒤 오픈이 되기 때문에 IV 라인을 잡을 때나 무통주사를 맞을 때 전혀 문제가 없었던 가운이었답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짐을 두고, 제일 처음 한 것은 내진도 아니고, 코로나 검사였습니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세가지의 예시 상황을 주시더라구요. 

1) 엄마와 아빠 둘 다 음성일 경우: 아빠는 자유롭게 병실을 드나들 수 있고, 아이 아빠 외에 방문자 한 명이 정식 병원 방문 시간에 (오후 12시부터 6시에) 방문 가능. 

2) 엄마나 아빠가 무증상 양성일 경우: 둘 다 병실에만 있어야 하며 아이 아빠는 모든 PPE 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고, 방문자 금지.

3) 아빠가 유증상 양성일 경우: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며 엄마가 원하면 다른 방문자를 들일 수 있으나 코로나 검사 필수. 

     저희는 다행히 둘 다 음성으로 나왔고, 그 다음 산부인과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내진을 하셨습니다. 

"4cm 열렸고, 80% 부드럽네요. 입원합시다." 

     그렇게 저는 새벽 4시에 정식적으로 입원 절차를 밟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전 제가 원하지 않았던 모든 상황들을 맞닥뜨리게 된답니다. :'( 집에서 겪은 진통시간까지 합하면 저의 출산기는 총 28시간이 걸렸어요.

글이 길어져서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이어나가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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