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이야기

미국 뉴욕 병원 출산 후기 2 (ft. 무통 천국, 응급 제왕)

간호사 멘토 소피아 2022. 7. 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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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호사 멘토 소피아입니다. 우선 출산 후기 전편을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이 곳에 링크를 첨부할게요 (미국 뉴욕 병원 출산 후기 1. ft. 28시간, 진통 자연스럽게 줄이는 법). 그렇게 새벽 4시에 입원 절차를 받게 된 저에게 담당 간호사 쌤은 딱히 원하는 출산 계획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임신기간동안 남편과 상의하고 생각해두었던 몇가지를 공유하였습니다.

1) 내진 전 항상 저에게 미리 알려주세요. 

2) 내진 유도 마사지 (membrane sweep) 나 양수 파수 (breaking water) 는 꼭 저에게 먼저 물어보고 진행해주세요. (후기들에서 아무말 없이 진행해버리는 쌤들도 있다고 들었기에...) 

3) 촉진제를 포함한 유도분만은 정말 필요하지 않은 이상 하고 싶지 않습니다. 

4) 왠만하면 IV 로 진통제를 받고 싶지 않으며, 특히 Ketamine 이라는 약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 수술시 받은 Ketamine 으로 환각 증세가 나타났다는 친구의 증언을 듣고 무서워서ㅠㅠ) 

5) Delayed cord clamping (출산 후 탯줄 자르는 것을 최대한 지연하는 것) 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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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담당쌤은 무엇이든지 저의 의견을 물어보고 진행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무통 주사(Epidural) 를 원하냐고 물어보셨고 저는 조금 더 참다가 힘들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 후로 약 한시간동안 저는 병실 안을 걸어다니고, 짐볼도 타면서 언제 아기가 나올까 궁금해했습니다. 그러다가 진통이 더욱 심해지고, 마취과 선생님을 부르고 준비하는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한 저는 담당 간호사 쌤에게 무통 주사를 요청했습니다. 새벽이라서 그랬는지 다행히 금방 선생님이 오셨고, 그 분은 저와 몇일 전까지도 함께 일을 하신 선생님이었답니다ㅎㅎ 선생님은 제가 이 정도로 만삭인지 몰랐다며, 축하한다고, 아주 젠틀하게 무통 주사를 삽입해주셨습니다. 무통 주사 후기를 몇 개 읽었었는데 전 침대 사이드에 앉아서 베개들을 껴안고 등을 구부린 상태로 무통 주사를 받았고, 약간 뻐근한 느낌 이외에는 아무런 통증이 없었습니다. 워낙 실력이 있는 선생님이셔서 그랬는지 몰라도 저는 바로 진통에 의한 통증이 사라졌고, 허리 밑으로 다리가 무거운 느낌은 있었지만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진통이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정말 말 그대로 "무통천국"을 느낀 저는 그 후 전 짧게나마 꿀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계속 걱정하고 서 있던 남편도 무통 주사 이후 진통 그래프가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편안하게 쉬고 있는 절 몇번이나 확인하고나서야 안심을 하고 소파에서 잠깐 눈을 붙였답니다. 

     무통 주사를 맞았던 친구의 후기와 간호사 쌤의 말에 의하면 엉덩이 뒷쪽으로 정말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대변을 볼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아기가 밑으로 다 내려온것이니 푸쉬를 하면 된다고 해서 그 느낌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통 주사가 출산까지 좀 딜레이가 될 줄은 미리 알았던 저도 차마 몰랐던 것은... 무통 주사가 진통 주기를 더 늘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ㅠㅠ 두세시간 후쯤에 절 찾아온 담당 쌤이 현재 진통 주기가 처음 4분에서 7-8분으로 늘었다며 촉진제와 양수 파수를 제안하였습니다. 하지만 아기의 심박수 상태도 좋았고 전혀 응급 상황이 아니었기에 저는 제가 좀 더 침대 위에서 여러가지 움직임을 시도해볼테니 좀 더 기다려보자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진통주기는 11-13분으로 늘어났고 결국 피토신 (Pitocin) 이라는 촉진제를 수여받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양수 파수도 다시 제안을 하셨지만 저는 감염의 위험 때문에 촉진제부터 우선 시작해보자고 했습니다. 그 후로 한시간마다 담당 썜과 함께 이전 글에 있던 피넛볼을 사용하여 여러 분만 촉진 자세들을 시도해보았지만 몇시간이 지나도 상황 진전이 되지 않아 결국 오후가 되서 양수 파열을 결정하였습니다. 무통 주사 덕분에 양수 파열시 통증은 없었고, 그저 밑에서 뭔가가 터지면서 따뜻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저녁시간이 되서야 치골쪽에 묵직한 감각이 생기면서 단순한 묵직함 뿐만이 아니라 허리쪽에 통증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담당 쌤에게 문의해보니 묵직함은 정상이지만 통증은 심해지면 마취과에 연락해서 더 진통제를 투여할 수 있다고 해서 우선 좀 더 참아보고 문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옆에서 진통 그래프를 지켜보던 남편에 의하면 진통 주기가 짧아졌고, 진통 그래프가 올라가는 시기와 제가 통증을 느끼는 시기가 일치한다고 했습니다. 오늘 안에 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허리쪽 통증만 더 심해지며 그 주기가 짧아졌고, 도저히 그 묵직함은 아래로 내려올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게다가 촉진제의 영향으로 인하여 2분마다 진통을 느끼고, 그 진통의 세기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때 마취과에 호출을 요청하고 진통제를 추가받았습니다. 곧 산부인과 쌤이 들어오셔서 내진을 하셨고, 현재 9cm 가 열리긴 했는데 엄마 속골반이 너무 좁다고 아기가 내려오다가 머리가 끼어서 콘헤드가 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좀 더 두고보자고 하시고 직접 말씀은 안하셨지만 제왕절개를 염두해두시는 것 같았고 저도 굳이 제 욕심으로 아기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선생님이 나가신 후 남편과 대화를 하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 날 밤. 양수 파열 후 한시간마다 체온 확인을 하던 중 38도로 미열이 나면서 IV로 항생제를 투여받았습니다. 몇 번의 내진 후 10cm 가 열렸으니 푸쉬를 해보자는 간호사쌤의 말에 두 명의 간호사들과 남편과 함께 푸쉬를 해봤으나 아기의 머리만 더 낄 뿐 아무런 진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미열이 나타난 이상 더 심한 감염의 위험 때문에 더 이상 진행상태를 늦출 수 없다는 산부인과 쌤의 말씀에 동의하며 밤 10시, 진통이 제대로 시작된지 24시간만에 저는 계획하지 않았던 제왕분만을 결정하게 됩니다. 수술 전 확인할 서류들, 테스트들을 다 하고 새벽 2시 수술실로 입장을 하였습니다. 남편도 수술 스크럽을 입고 제 머리맡에 앉았습니다. 아기가 나올때까지 보통 얼마나 걸리냐고 여쭤보니 수술 시작 후 대개 10분 내로는 나오고 후처치가 더 오래걸린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아기 성별을 모른다는 우리의 말에 수술팀은 저희보다 더 궁금해하시고 신나해하면서 그럼 아기가 나오고 난 후 남편이 제일 먼저 성별을 확인하고 저에게 알려주자고 하셨습니다ㅎㅎ 긴장한 상태라서 그런지 수술실이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몸이 떨렸고 속도 메스꺼웠습니다. 마취과 쌤에게 절대 Ketamine 은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초긴장상태로 온갖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었는데 갑자기 수술실이 떠나가라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후에는 바로 "We have a baby girl, babe!" 라고 외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간호사 쌤이 아기를 뒷쪽의 워머로 데려가기 직전 저에게 들려 잠시 보여주었고, 손가락 발가락 열개 다 있다는 남편의 말과 끊임없이 우렁차게 울고 있는 건강한 아기의 울음소리에 긴장이 풀린 저는 그대로 수술대 위에서 잠이 듭니다. 

     잠시 후 누가 저를 마구 깨워 눈을 떠보니 남편과 아기가 제 앞에 있었고 그렇게 비몽사몽간 저는 아이와 뺨을 비비며 첫 가족사진을 찍게 됩니다. 수술을 잘 마치고 간이침대에 옮겨져 회복실로 간 저희는 첫 모유수유도 도전해보고 스킨투스킨도 해보았습니다. 금요일 아침에 깨서 일요일 새벽까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저희를 위해 담당 간호사 쌤은 저희 딸을 널서리로 보내주셨고, 2시간동안 저와 남편은 각자의 간이침대에서 말 그대로 기절하듯이 쪽잠을 보충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원하지 않았던 "자연분만을 계획하고 10cm 까지 열려서 고생할 것 다 하고, 결국은 제왕 절개." 에 수술실이기 때문에 제가 원한 delayed cord clamping 은 하지 못했지만 결국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으니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불만은 없답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미국 병원 산부인과 팁들과 미역국의 'ㅁ' 조차 찾아볼 수 없는 미국병원의 산모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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